저출산에 따른 인구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활용품·어린이용품 업체들이 ‘베이비 마케팅’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한 자녀 가정이 늘어나고 있지만 부모들이 신생아를 포함한 영아(0~2세)를 위해서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어서다.
키즈기업들 '베이비 마케팅' 열풍
생활용품 업체인 유한킴벌리의 기저귀 브랜드 하기스는 최근 ‘네이처메이드 0단계(2.0~3.5㎏)’를 출시했다. 임신 37주 미만에 태어난 아기나 2.5㎏ 미만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기를 위한 기저귀다. 한때 ‘팔삭둥이’나 ‘칠삭둥이’로 불렸던 이른둥이 전용 기저귀가 국내에서 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기스는 1~6단계로 기저귀를 구분하는데 그동안 3.0~4.5㎏ 신생아용 ‘네이처메이드 1단계’가 가장 낮은 단계였다. 유한킴벌리는 국내 신생아 중 이른둥이 비중이 1993년 2.6%에서 2011년엔 5.2%를 넘어선 점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이른둥이는 산모의 노령화, 인공임신술 및 다태아 출산 증가에 따라 연간 3만여명 수준이다.

김영일 유한킴벌리 차장은 “국내 육아업계의 이른둥이용 제품 비중은 수요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이른둥이들은 다른 신생아에 비해 피부가 훨씬 여려 잘 짓무르기 때문에 기저귀 안감을 사탕수수 소재로 부드럽게 처리한 0단계를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보령메디앙스가 국내 판권을 갖고 있는 육아용품 브랜드 스킵합은 부엉이·원숭이·꿀벌 모양 영아용 백팩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초등학생·유치원생 등 아동용에 국한됐던 백팩을 영아들도 멜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백팩 끝에 고리를 달아 긴 줄을 매달 수 있도록 해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가 갑자기 찻길 등에 뛰어드는 것을 막도록 했다. 가방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어깨끈을 명치 쪽에서 연결해주는 보조벨트도 달았다.

이 제품은 완판이 계속돼 2~3주 단위로 재주문에 들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김은경 보령메디앙스 팀장은 “자신의 물건에 애착이 강해지는 돌 전후의 영아들은 외출할 때 인형, 장난감을 갖고 나가고 싶어한다”며 “백팩뿐 아니라 영아용 여행가방 등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 G마켓에서는 올 상반기에 영아용 가방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동용 가방 매출은 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운동화 등 신발 업계에서도 영아용 제품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랜드그룹이 수입하는 뉴발란스키즈는 출시 1년 만인 지난 21일 누적 매출 200억원을 돌파했다. 회사 관계자는 “아동용은 물론 생후 3개월부터 신을 수 있는 80㎜ 운동화 등 ‘베이비 라인’을 출시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목표 매출은 400억원이다. 코넥스솔루션이 수입하는 빅토리아슈즈도 영아용(130㎜~) 스니커즈를 출시해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0% 증가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