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표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이 1일 자사고 평가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근표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이 1일 자사고 평가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교육청이 서울지역 8개 자율형 사립고를 평가 기준 미달 학교로 선정하자 교육부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지정취소 발표 중단을 요구하는 등 자사고 문제를 놓고 양측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서울교육청은 교육부 협의와 관계없이 지정취소를 강행할 계획이나 교육부는 동의를 의무화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예고해 양측의 대립이 격화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서울교육청으로부터 자사고 지정취소 협의 신청이 오더라도 ‘동의’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반려’하겠다고 1일 발표했다. 반려는 법원에서의 ‘각하’에 해당하는 것으로, 협의 신청 자체가 위법·부당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어 검토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지난 6월 전임 문용린 교육감 시절에 자사고 평가가 진행됐는데 조희연 현 교육감이 종합평가라는 이름으로 추가 평가하는 것은 ‘교육감의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는 판단에서다.

교육부는 또 자사고를 5년 단위로 평가해야 하는데 2016학년도부터 지정을 취소하면 평가 기간이 1년 연장되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서울교육청에 지정취소 발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서울교육청이 지정취소 발표를 강행하면 지방자치법 규정에 따라 시정명령을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육청은 문 전 교육감이 결재를 하지 않아 평가가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의 공공성 등 항목을 추가해 평가를 끝낸 만큼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종합평가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2016학년도부터 적용키로 한 만큼 학사일정에도 차질이 없다는 주장이다. 서울교육청은 자사고 지정취소가 교육감 고유권한이므로 교육부와의 협의에 관계없이 오는 4일 지정취소를 강행할 계획이라고 못 박았다. 이상수 서울교육청 대변인은 “서울교육청의 평가와 판단에 대해 교육부가 검토조차 하지 않고 반려 방침부터 밝히는 게 적절한 행정절차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는 교육감이 자사고를 지정취소하는 경우 미리 교육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돼 있다. 교육부는 ‘교육청이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서울교육청은 ‘협의만 하면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교육감 권한으로 지정취소를 할 수 있다’며 대립해왔다. 교육부는 이날 ‘협의’를 ‘동의’로 바꿔 교육청이 자사고 등의 지정을 취소하려면 교육부 장관의 사전 동의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서울교육청은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태웅/임기훈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