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1일 합병을 결의해 초대형 종합플랜트 회사가 나오게 됐다. 사업 경쟁력 강화 일환으로 삼성은 지난 1년 새 9건의 굵직한 계열사 간 합병 및 상장을 결정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3세 승계를 앞두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차원에서 나온 조치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 사업재편 가속…'해양+육상' 종합 플랜트社 출범
○2020년 매출 40조원 목표

삼성, 사업재편 가속…'해양+육상' 종합 플랜트社 출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오는 10월27일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개최한 뒤 12월1일 합병을 마무리지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합병은 삼성중공업이 삼성엔지니어링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삼성중공업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1주당 삼성중공업 주식 2.36주를 삼성엔지니어링 주주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이번 합병은 그룹 내 플랜트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삼성중공업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설계 능력을 보강할 수 있고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중공업의 제조 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 플랜트, 삼성엔지니어링은 육상 석유화학 플랜트에 각각 강점을 지니고 있어 사업 영역도 겹치지 않는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규모의 경제’도 가능해진다. 우선 합병 회사 매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24조6408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15조3052억원)을 제치고 현대중공업(54조1880억원)에 이어 업계 2위 자리를 굳히게 된다. 합병 회사는 ‘2020년 연매출 40조원’을 목표로 내걸었다. 사명 변경도 검토하고 있다.

설계 능력도 업계 1위로 올라선다. 현재 삼성중공업의 설계인력은 3461명, 삼성엔지니어링은 2957명으로 합하면 6418명에 이른다. 6100명 수준인 현대중공업보다 많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오일 메이저(대형 석유·가스 채굴사)가 주 고객이어서 영업 측면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사는 이날 “인위적인 구조조정이나 사업부 재편은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선·플랜트 업계에선 비용 절감 차원에서 중복 인력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건설·플랜트 부문 추가 합병 이뤄지나

삼성의 이번 합병은 지난해부터 진행됐던 전자·화학 부문 사업 재편이 건설·플랜트 부문으로 확대된 것이다. 일각에선 건설·플랜트 부문에서 추가 합병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한다. 당초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됐다는 점에서다. 삼성물산은 이미 삼성엔지니어링의 2대 주주로 지분 7.81%를 들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간 합병 회사에 남게 될 건설 부문을 삼성물산과 통합하거나, 제일모직 건설 부문(리조트 건설)을 삼성물산과 합치는 방안이 거론된다.

삼성 안팎에서는 사업 재편과 함께 그룹 지배구조 차원에서 추가적인 정리 작업이 추진될 것이란 얘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재계는 이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삼성전자(비금융 계열사)와 삼성생명(금융 계열사)을 정점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용석/이상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