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집단 이기주의에 막힌 '카드파라치'
“결국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힘으로 밀어붙이면 어떤 정책이든 뒤집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거지요.”

금융감독원이 신용카드 불법 모집인에 대한 신고 포상금 상한액을 석 달 만에 제자리로 낮춘다는 이야기를 듣고 카드업계 임원이 내놓은 촌평이다. 금감원은 6월1일 이른바 ‘카드파라치’ 한 명이 받을 수 있는 최대 포상금을 1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인상했다가, 이번 달부터 다시 100만원으로 인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금감원이 포상금 한도를 낮추기로 한 것은 악성 ‘카드파라치’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카드파라치’가 포상금을 노리고 모집인들로부터 법에서 정한 금액 이상의 경품을 주겠다는 발언을 유도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돼 보안책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포상금을 인상한 이후 대학생들까지 나서 전문 포상금 사냥꾼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포상금 제도가 갖고 있는 특성을 감안할 때 최대 상한액 환원은 이해 관계자들의 집단 반발에 등떠밀려 이뤄진 조치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전문 카드파라치의 탄생은 포상금을 올리면서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제도의 부작용보다는 카드 모집인들의 불만이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동안 카드 모집인들은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포상금 인상에 조직적으로 반발해왔다. 그 결과 포상금 상한액 원상 복귀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집단 이기주의에 밀려 잘못된 선례를 만들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혼탁한 카드 모집 시장을 개선하려면 어쩔 수 없다며 강경책을 내놓았다가, 이해 관계자들이 반발하면 슬그머니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 누구든 목소리만 높이면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필요하다며 정책을 내놓았다가 반발이 심하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접근해 자신의 위상을 스스로 깎아내렸다”며 “카드파라치의 부작용보다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는 제도의 부작용이 얼마나 큰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