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대로다. 한국거래소와 상장회사협의회가 어제 발표한 상장회사들의 올 상반기 경영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개별·연결 재무제표 어느 쪽으로 봐도 모두 작년 상반기보다 감소했다. 순이익은 간신히 플러스였지만, 증가율이 겨우 0.36%(연결실적 기준)에 불과했다. 코스닥 기업들은 순이익마저 마이너스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실적 부진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크게 줄었다. 2분기 실적만 떼놓고 보면 더 나쁘다. 말 그대로 어닝쇼크다. 우리 경제를 뒷받침해왔던 두 축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기업들은 지난해 상반기도 어려웠지만, 그래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증가세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이마저 감소세로 반전됐다. 기업들이 본업에서조차 동력을 잃어가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축소로 3분기 영업이익이 6조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현대차도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주요 해외시장 점유율이 정체 내지 하향세로 꺾이는 모습이다. 여기에 현대중공업 포스코 SK LG화학 등 주요 간판기업들도 상반기에 매출 또는 영업이익이 줄줄이 하락세다. 한국의 주력산업이 모두 비상이다.

결국 경제는 기업에 달렸다. 한국은 더욱 그렇다. 기업이 없었다면 지금 같은 성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기업 환경은 사방이 꽉 막혀 있다. 정치는 절망적이고 정부에서조차 아직도 경제민주화 소리가 나온다. 법인세를 인하했더니 기업이 투자를 안 하고 이익만 챙겼다고 비판하지만, 지금은 그 이익조차 끊길 지경이다. 기업이 이익을 못 내는데 배당과 일자리가 어디서 나올 것인가. 이대로 가면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상황이 오고 말 것이다. 이미 세금이 안 걷혀 정부의 걱정도 태산이다. 기업의 동력이 꺼져간다. 설마 하던 일이 기어이 벌어질 모양이다. 한국 경제가 위기인 진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는 산으로 가고 경제는 땅밑으로 꺼진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