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스본의 최고령 근로자인 전경률 씨(73·왼쪽)가 신입 직원과 함께 정비용 리프트 조립을 하고 있다.  백승현 기자
헤스본의 최고령 근로자인 전경률 씨(73·왼쪽)가 신입 직원과 함께 정비용 리프트 조립을 하고 있다. 백승현 기자
“숙련 기술자는 회사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장년 근로자들을 짊어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그 분들을 붙잡아 모셔두는 거예요.”

인천대교가 눈앞에 보이는 인천시 서구 경서동에 있는 자동차 정비기기 제조업체인 헤스본에는 특이한 취업규칙이 있다. 근로자의 정년과 관련해 ‘정년 후 10년+5년 고용연장이 가능하며, 근로자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근로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91년 설립된 이 회사는 정비용 리프트 기기와 휠얼라인먼트, 타이어 탈착기, 타이어 휠 밸런스 조정 장치, 오토미션오일 교환기 분야에서 국내 시장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의 근로자 수는 120여명, 이 가운데 50세 이상은 43명이다. 정년(만 56세)을 마치고 재고용된 근로자만 26명, 생산직 근로자가 90명인 것을 감안하면 세 명 중 한 명이 만 56세 이상이다. 2012년에만 무려 11명이 정년 후 재고용됐다.

이 회사의 제품 생산방식은 ‘셀(cell) 시스템’으로 하나의 공간에서 두세 명이 조를 이뤄 부품 제작에서 완제품까지 생산의 전 공정이 이뤄진다. 따라서 근로자의 숙련도가 높지 않으면 생산 시간은 자연히 길어지고, 제품의 완성도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조장현 인사팀장은 1일 “60대 이상 근로자가 많은 이유는 그들의 숙련도가 높기 때문”이라며 “정년이 됐다고 그 분들은 내보내고 신규 인력을 뽑으면 업무를 이해시키는 데만 6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300여개의 부품을 생산하는 리프트 준비작업실에서 근무하는 전경률 씨(73)는 이 회사의 최고령 근로자다. 이미 정년을 마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얼핏 봐서는 50대 중반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전씨는 “무엇보다 이 나이에, 아침에 일어나 나갈 직장이 있다는 게 얼마나 삶의 활력소가 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최근 특성화·마이스터고 출신의 젊은 직원 채용을 늘리고 있다. 2012년 30세 미만 근로자를 14명 채용한 데 이어 현재도 채용 절차를 밟고 있다. 조 팀장은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엔지니어로서 성장할 수 있는 비전을 보고 지원하는 젊은이가 많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08년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만 6년이 되는 올해 말 정부의 임금피크제 지원은 끝이 난다. 조 팀장은 “정부의 정년 연장 정책을 임금피크제 지원 외에 장년 근로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시설 지원 등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