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폐막작인 러시아 RAMT의 연극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
2014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폐막작인 러시아 RAMT의 연극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
실험극의 메카로 불리는 독일 베를린 샤우뷔네 극장이 제작한 ‘노란 벽지’,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무용가 호페쉬 쉑터의 ‘선’ 등 세계 연극·무용계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수작이 잇따라 서울 무대에 오른다. 오는 25일부터 내달 19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리는 ‘2014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이번 SPAF에서는 7개국 19개 단체가 21개 연극·무용 작품을 선보인다. 해외 10개 작품, 국내 11개 작품이다. 예술제를 주최하는 한국공연예술센터는 ‘보이는 것 너머의 보이지 않는 핵심을 인식하고 느끼는 것(sense the essence)’을 올해 모토로 내놨다. 박계배 한국공연예술센터 이사장은 “맛있는 음식에는 원재료가 중요한데 공연예술도 마찬가지”라며 “공연예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 라인업을 짰다”고 말했다.

개막작인 ‘노란 벽지’(9월25~27일)는 영국에서 피터 브룩을 잇는 연출가로 꼽히는 케이티 미첼의 작품이다. 19세기 미국 여성주의 작가인 샬럿 퍼킨스 길먼의 단편소설을 각색했다. 여성의 억눌린 사회적 자의식과 상처를 감각적인 멀티미디어 스릴러로 연출했다. 쉑터의 최신작인 ‘선’(10월8~9일)은 지배와 피지배, 불의와 전쟁으로 분열된 세상에 대한 본능적인 묘사를 담아냈다. 고도로 훈련된 무용수들의 강렬한 군무가 특징이다.

폐막작인 러시아 RAMT의 연극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10월16~19일), 2012년 아비뇽페스티벌에서 소개된 벨기에 연극 ‘산책자의 신호’(10월8~9일), 벨기에 현대무용단 니드컴퍼니의 ‘머쉬룸’(10월4~5일) 등도 이번 축제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꼽힌다.

국내 연극계 두 거장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극작·연출가 오태석의 강렬한 현실풍자극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9월26~28일)와 일본 극작가 오타 쇼코의 초기 대표작을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한국적 리듬과 정서로 새롭게 만든 ‘코마치후덴’(9월29일~10월2일)이다. 국내 무용 초청작은 모두 신작이다. 이미희 안무의 ‘달, 천(千)의 얼굴’(9월25~26일), 김남진 안무의 ‘봄의 제전’(10월10~11일), 김용걸 안무의 ‘인사이드 오브 라이프’(10월12~13일) 등이 초연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