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정책을 주도하는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이달 유럽을 순방할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이수용 북한 외무상이 이달 하순 미국을 방문하는 데 이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행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 소식통 등에 따르면 강석주는 이르면 이번 주 후반부터 독일,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를 차례로 방문한다. 유럽연합(EU) 측과의 만남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문은 방문국 정당과 당 대 당 교류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방문국 정부 인사의 면담 일정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제1차 북핵 위기 때 미국과 제네바 합의를 이끈 북한 외교계 거물인 강석주의 유럽 방문에 특별한 목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과 미국이 유럽 지역에서 비공개 만남을 가진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강석주가 유럽에서 미국과 접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양측이 접촉하면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문제를 비롯해 북핵 문제, 북·미 관계 개선과 관련한 내용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진전을 꾀하고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과 만남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강석주가 스위스를 방문하는 오는 11~13일 일본 총리실 납치문제대책본부 수장이 납북 일본인 문제를 주제로 열리는 세미나를 위해 제네바에 머무를 것으로 알려졌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