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이퍼링 문제 없다"…링깃·루피아화 강세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신흥국 통화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아시아 지역 투자 여건이 개선돼 글로벌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는 올 들어 달러 대비 4% 올라 지난주엔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20% 넘게 하락했던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3.9% 반등했다. 한국 원화 가치는 3.5% 올라 6년 만에 고점에 근접했고, 인도 루피화 역시 2.4% 뛰었다.

WSJ는 아시아가 경기둔화 공포에 떨고 있는 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중동과 달리 지정학적 위험으로부터 안전해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5월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이 테이퍼링을 처음 언급했을 때 자국 통화 투매를 경험했던 인도와 인도네시아에는 친시장 정권이 들어서면서 자금이 급격히 유입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 들어 인도와 인도네시아로 들어온 글로벌 자금은 520억달러(약 52조6500억원)에 이른다. 전체 신흥시장으로 흘러든 1769억달러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이 Fed 금리 인상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도 통화 강세의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라훌 차다 미래에셋 홍콩지사장은 “미국의 테이퍼링이 끝나도 일본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돈을 풀 준비가 돼 있다”며 “신흥국 통화 강세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