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부터 없애자"…美-이란, 당분간 '동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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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이란, 美-시리아도 어제의 敵이 동지로
IS에 유전 빼앗긴 알카에다, 美기자 석방하기도
IS에 유전 빼앗긴 알카에다, 美기자 석방하기도
지난달 31일 이라크군이 미군의 공습 지원을 받아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점령하던 중부 도시 아메를리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작전에 이란군의 지원을 받은 시아파 민병대가 참여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군 전투기와 이란이 지원하는 군대가 IS에 맞서 군사행동을 한 첫 사례라고 보도했다. IS의 등장으로 중동 정세가 소용돌이치면서 과거 적대적 관계였던 나라들이 ‘공동의 적’인 IS 타도를 외치며 잇따라 손을 잡고 있다.
◆미국·이란, IS 맞서 합동작전
미군과 시아파 민병대의 합동군사작전은 달라진 중동 정세를 잘 보여준다. 미 정부는 시아파 민병대와의 공조는 이라크군에 의해 마련된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군사작전이 이어진다면 오랜 시간 이라크를 두고 다퉈온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물론 미군과 시아파 무장세력과의 관계에도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이란은 이라크에서 자국이 지원해온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물러나고 미국이 지원하는 새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지지하기도 했다.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의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의 관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1979년 이란혁명 이후 원수처럼 지내온 두 나라는 그동안 중동 현안에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그러나 IS가 세력을 급격히 확대하자 이란 외무차관이 지난달 26일 사우디를 방문해 IS 문제를 논의했다.
터키는 쿠르드족, 특히 과격 분파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오랜 갈등관계였다. 그러나 PKK 소속 쿠르드 민병대가 IS에 의해 고립된 소수 종파 야지디족을 구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묵인했다. 미국과 이란이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터키와 미국이 IS와 직접 전투를 벌이는 쿠르드 민병대의 역할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IS로 인해 중동 지역에 많은 우호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며 “지리와 이념, 동맹의 한계를 초월한 특이한 동료들”이라고 전했다.
◆중동 외교 “적의 적은 동지”
심지어 미국의 최대 위협으로 꼽히는 테러조직 알카에다조차 IS 문제에 관해서는 미국과 행보를 같이한다. IS는 알카에다에서 떨어져나왔지만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전선과 전투를 벌여 석유 매장 지역을 빼앗았다. 알누스라전선은 최근 미국인 기자 피터 테오 커티스를 억류 2년 만에 석방하기도 했다. 미국과 정치적 갈등을 보이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 역시 IS를 척결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고 있다.
오래된 적들끼리 이해하기 어려운 우호관계가 형성되는 이유는 ‘적의 적은 동지’라는 공식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언제든 동지가 다시 적으로 바뀔 수 있다.
실제 미국은 최근 이란 핵무기와 관련, 추가 경제제재를 발표해 이란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미국은 시리아 공습을 고려하고 있지만 적대 관계인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를 돕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이유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오래된 적과의 우호관계는 일시적이고, 비공식적인 관계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WSJ는 지적했다. 에밀 호카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분석가는 “한쪽과 협력하면 다른 한쪽을 잃게 된다”며 “이론적으로는 좋아 보여도 막상 현실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뉴욕타임스(NYT)는 미군 전투기와 이란이 지원하는 군대가 IS에 맞서 군사행동을 한 첫 사례라고 보도했다. IS의 등장으로 중동 정세가 소용돌이치면서 과거 적대적 관계였던 나라들이 ‘공동의 적’인 IS 타도를 외치며 잇따라 손을 잡고 있다.
◆미국·이란, IS 맞서 합동작전
미군과 시아파 민병대의 합동군사작전은 달라진 중동 정세를 잘 보여준다. 미 정부는 시아파 민병대와의 공조는 이라크군에 의해 마련된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군사작전이 이어진다면 오랜 시간 이라크를 두고 다퉈온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물론 미군과 시아파 무장세력과의 관계에도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이란은 이라크에서 자국이 지원해온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물러나고 미국이 지원하는 새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지지하기도 했다.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의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의 관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1979년 이란혁명 이후 원수처럼 지내온 두 나라는 그동안 중동 현안에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그러나 IS가 세력을 급격히 확대하자 이란 외무차관이 지난달 26일 사우디를 방문해 IS 문제를 논의했다.
터키는 쿠르드족, 특히 과격 분파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오랜 갈등관계였다. 그러나 PKK 소속 쿠르드 민병대가 IS에 의해 고립된 소수 종파 야지디족을 구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묵인했다. 미국과 이란이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터키와 미국이 IS와 직접 전투를 벌이는 쿠르드 민병대의 역할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IS로 인해 중동 지역에 많은 우호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며 “지리와 이념, 동맹의 한계를 초월한 특이한 동료들”이라고 전했다.
◆중동 외교 “적의 적은 동지”
심지어 미국의 최대 위협으로 꼽히는 테러조직 알카에다조차 IS 문제에 관해서는 미국과 행보를 같이한다. IS는 알카에다에서 떨어져나왔지만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전선과 전투를 벌여 석유 매장 지역을 빼앗았다. 알누스라전선은 최근 미국인 기자 피터 테오 커티스를 억류 2년 만에 석방하기도 했다. 미국과 정치적 갈등을 보이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 역시 IS를 척결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고 있다.
오래된 적들끼리 이해하기 어려운 우호관계가 형성되는 이유는 ‘적의 적은 동지’라는 공식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언제든 동지가 다시 적으로 바뀔 수 있다.
실제 미국은 최근 이란 핵무기와 관련, 추가 경제제재를 발표해 이란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미국은 시리아 공습을 고려하고 있지만 적대 관계인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를 돕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이유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오래된 적과의 우호관계는 일시적이고, 비공식적인 관계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WSJ는 지적했다. 에밀 호카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분석가는 “한쪽과 협력하면 다른 한쪽을 잃게 된다”며 “이론적으로는 좋아 보여도 막상 현실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