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한태근 에어부산 대표, 하루 평균 1만6000보 걷고 또 걸어…"걷기는 건강한 일탈…잡념 싹 사라져"
‘1만6000보.’ 한태근 에어부산 대표이사(57)의 만보계에 찍히는 하루 평균 걸음걸이 수다. 3000보 정도를 걷는다는 일반 직장인의 5배 이상이다. 한 대표가 걷는 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출퇴근할 때나 주말에 쉴 때 등 틈날 때마다 걷고 또 걷는다.

한 대표가 걷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아시아나항공 경영지원본부장(전무)을 맡고 있던 지난해 12월 말 에어부산 대표이사(부사장)로 선임돼 부산으로 이사오면서부터다. 그에게 부산은 낯선 도시였다. 고향이 강원 원주인데다 아시아나항공에 근무하면서는 줄곧 서울에서 살았다. 부산 기업들이 주주로 참여한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의 특성을 살려 경영하려면 주주사는 물론 임직원과 시민들에게 ‘부산 사람’으로 인정받는 게 급선무였다.

한 대표가 그때 택한 방법이 ‘부산 시내 무작정 걷기’였다. 하루 업무를 마치면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 해운대 달맞이길 등 부산의 명소들을 혼자 걸어 다녔다. 그는 “거리를 걸으며 시민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며 이방인이란 느낌을 서서히 벗어던졌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제 부산 시내 지리에도 꽤 밝다. 평일엔 하루 8~10㎞, 주말엔 14㎞까지 걸어다닌 덕분이다. 그는 ‘걷기 예찬론자’답게 어느덧 즐겨 찾는 자신만의 코스도 생겼다.

한 대표가 얘기하는 부산의 걷기 명소들은 타지역 사람들은 잘 모르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는 “부산에도 서울의 둘레길처럼 ‘갈맷길’이라는 산책 전용로가 조성돼 있는데 산과 바다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어 정말 아름답다”며 “이기대공원과 절영해안산책로 같은 곳을 좋아하는데, 갈맷길 얘기를 꺼내면 부산 사람들이 ‘서울서 오신 분이 거길 어떻게 아냐’며 놀란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걷기는 건강한 일탈”이라고 정의했다. 틀에 박힌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고, 걷는 동안 잡념을 떨쳐 버릴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걷다 보면 아무 생각이 없어질 때가 있는데 그 순간을 정말 좋아한다”며 “돈 한 푼 안 들이고도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걸으며 느끼는 일탈의 기쁨이 여행의 희열과 참 닮았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에어부산과 함께 항공 여행의 일탈을 맛보길 원한다”는 ‘홍보 멘트’도 잊지 않았다.

걷기는 에어부산 임직원들의 단결력을 높여주는 활력소이기도 하다. 한 대표는 한 달에 한 번 토요일에 직원들과 함께 갈맷길을 산책한다. 매주 조종사와 정비사, 사무직 등 다양한 직군의 직원들이 30~40명씩 자발적으로 모인다. 일터에선 자유롭게 꺼내지 못했던 여러 소소한 이야기나 아이디어 건의 등 활발한 대화가 이뤄진다.

한 대표의 이 같은 스킨십 경영은 에어부산의 실적 호조로도 연결되고 있다. 에어부산은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7% 늘어난 165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0억원으로 전년 연간 규모와 맞먹었다. 에어부산은 내년 1분기 중 증시 상장도 추진 중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