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이 휩쓴 여름철이 지난 추석 연휴 극장가에서도 한국 영화가 주도하고 할리우드 영화들이 뒤따르는 모양새다.

2006년 680만명을 모은 ‘타짜’의 속편 ‘타짜: 신의 손’, 강동원과 송혜교가 주연한 최루성 가족드라마 ‘두근두근 내 인생’이 3일 개봉해 관객몰이에 나섰다. 할리우드 영화로는 ‘명량’에서 이순식 장군 역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연 최민식의 할리우드 진출작 ‘루시’가 경쟁에 가세했다. ‘마야’‘쿰바’ 등 애니메이션들도 풍성하다.

쌍끌이에 나선 두 한국 영화
연인·친구와 즐기고 싶다…'타짜' '루시', 명절은 가족과 함께…'두근두근 내 인생'
‘타짜:신의 손’은 어른들을 위한 영화다. 무시무시한 도박판의 인생을 날것으로 보여준다. ‘타짜’가 고니(조승우) 평경장(백윤식) 정마담(김혜수) 고광렬(유해진) 등을 만나 진짜 타짜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면 속편은 고니의 조카 대길(최승현)이 일찌감치 고수가 되지만 실력보다는 주변 사람들과의 ‘배신의 게임’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을 그렸다. 도박의 본질이 속임수란 점에서 주제와 상통한다.

삼촌 고니를 닮아 남다른 손재주를 지닌 대길은 고향을 떠나 서울로 진출해 타짜가 되지만 악덕 사채업자 장동식(곽도원)을 만나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우연히 고광렬을 만나 다시 일어선 대길은 동식에게 복수를 꾀하는 과정에서 전설의 타짜 아귀와 맞닥뜨린다.

전편에서는 다양한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가 압권이었다면 속편에선 도박사들끼리 속고 속이는 반전의 에피소드, 의리와 복수의 이야기들이 빠르고 세련되게 전개된다. 연출자 강형철 감독은 전작 ‘과속스캔들’과 ‘써니’에서 입답을 과시했다면 이번에는 스타일리스트의 면모를 드러냈다.
연인·친구와 즐기고 싶다…'타짜' '루시', 명절은 가족과 함께…'두근두근 내 인생'
‘두근두근 내 인생’은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다. 열일곱 살에 낳은 아이가 조로증에 걸려 죽어가는 부부의 이야기가 관객들의 눈물과 웃음을 이끌어낸다. 대수(강동원)와 미라(송혜교)는 선천성 조로증 탓에 급속히 늙어가고 있는 열여섯 살 아들 아름(조성목)이를 보살피며 산다. 가족의 삶은 단란하고 행복하다. 슬픔에만 빠지지 않고 하루하루 희망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어른스러운 아름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극중 엄마와 아빠는 오히려 어린이처럼 순진하다. 웃음은 여기서 터진다. 하지만 주인공들이 남몰래 흘리는 눈물에 관객들의 눈도 흥건히 젖는다. 삶과 죽음을 관조하게 만드는 백일섭과 조성목의 대화는 감칠맛을 더한다. ‘정사’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의 이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억지로 쥐어짜지 않고 자연스러운 감정을 이끌어낸다.

독특한 스토리 앞세운 할리우드 영화
연인·친구와 즐기고 싶다…'타짜' '루시', 명절은 가족과 함께…'두근두근 내 인생'
평범한 소녀 루시가 조직폭력 집단에 납치돼 특수약물을 몸속에 넣고 운반하게 된다. 그러나 외부 충격으로 약물이 온몸에 퍼지면서 루시는 뇌 기능을 100%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녀는 자기 육체를 뛰어나게 활용할 뿐 아니라 주변 사람의 심리까지 조종하는 초능력자가 된다. 뇌용량의 10%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보통 인간들이 뇌의 더 많은 부분을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철학적이며 과학적인 질문을 화두로 던진다. 루시 역은 ‘어벤저스’ 등에 나온 스칼렛 요한슨. 최민식은 루시를 납치해 특수약물의 운반 도구로 활용하는 암흑가 두목 역이다. ‘레옹’ ‘니키타’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뤽 베송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아이들과 함께 보는 애니메이션

연인·친구와 즐기고 싶다…'타짜' '루시', 명절은 가족과 함께…'두근두근 내 인생'
사고뭉치 마야가 꿀벌왕국을 지키는 과정을 그린 ‘마야’, 의리로 똘똘 뭉친 토끼 볼트와 친구들의 우정을 그린 ‘브레이브 래빗: 새로운 영웅의 탄생’,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 ‘원피스’와 ‘도라에몽’ 신작들, 아프리카 초원에서 태어난 얼룩말 쿰바의 성장기를 담은 ‘쿰바: 반쪽무늬 얼룩말의 대모험’ 등이 상영된다.

‘쿰바’ 배급사 (주)와이즈베이는 아프리카 동물들의 실제 모습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무료 입장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연다. 3인 이상 관람한 관객들은 동물원 입장 시 ‘쿰바’ 영화 티켓을 동물원 매표소에 제출하면 최대 3인까지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이 이벤트는 오는 19일까지 진행된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