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의료기기 제조 자회사인 삼성메디슨과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신수종사업으로 택한 의료기기 분야 성장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공시를 통해 "삼성메디슨과의 합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메디슨은 초음파 진단기 등을 생산하는 곳으로 삼성전자가 2011년 인수해 68.4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 부문의 '약발'이 점차 떨어지자 의료기기 분야에서 '처방약'을 찾은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스마트폰 부진으로 '실적 쇼크' 위기에 처해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합병이 이뤄지기 전까지도 내부적으로 공유되는 사실이 없다"며 "합병을 검토 중이라는 것 외에는 향후 일정이나 계획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합병설은 이미 예고된 것이기도 했다. 삼성전자에서 의료기기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조수인 사장이 지난해 삼성메디슨 대표를 겸직하자 합병 조짐이라는 추측이 흘러나왔다. 올 들어선 삼성메디슨의 해외판매 법인을 삼성전자 해외판매 법인과 통합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증권업계에선 삼성전자의 글로벌 판매망을 활용할 경우 의료기기 시장의 새 강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같은 기대감은 증시에도 즉각 반영됐다. 솔고바이오는 이날 오후 1시22분 현재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고 인피니트헬스케어도 10% 이상 뛰었다.

솔고바이오는 삼성메디슨 계열사인 메디너스의 지분(14.02%)을 갖고 있고, 인피니트헬스케어는 메디슨에서 분사한 업체다.

그러나 과도한 기대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렇다 할 성과가 없던 삼성메디슨을 거둬들이는 것일 뿐 큰 의미가 없는 합병이라는 설명이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메디슨은 삼성전자가 인수한 뒤 실적이 부진했다"며 "의료기기 사업 자체가 이미 글로벌 과점화된 상태이고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검증된 것만 사용하는 보수적인 시장이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삼성메디슨 제품은 잘 팔리지 않았다는 것.

이 연구원은 "상황이 녹록치 않자 합병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 그룹이 이런저런 사업에 도전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메디슨의 소액 주주들은 합병이 이뤄질 경우 주당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삼성메디슨 실적이 지속적으로 부진해 기업가치가 낮아진 상황에서 흡수합병이 진행된다면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메디슨 소액주주들은 합병무효 소송 등 다양한 주주행동을 고려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