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규제개혁, 이젠 실천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제2차 규제개혁회의를 주재하며 규제혁파 의지를 다시 분명히 밝혔다. 3월20일 제1차 회의 이후 167일 만이다. 그동안 세월호 사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군내 폭력사고 등 충격적 일이 많았다. 그럼에도 규제개혁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것은 경제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활기찬 기운은 옛노래가 됐다.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산업은 50년이 다 돼가고 내수는 악화일로다. 마땅한 신성장동력도 보이지 않는다. 엔저, 정부지원을 등에 업은 경쟁국은 우리 텃밭을 야금야금 좀먹어온다. 이대로 가면 일본식 장기침체마저 우려된다. 결국 체질개선과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한 핵심 키는 규제개혁에 달려 있다.

이날 규제개혁회의에서는 규제신설 시 그에 상응하는 기존규제를 폐지하는 비용총량제 대상에 의원입법을 포함하고, 규제를 신설할 땐 사전예고와 법제처 검토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 발표됐다. 규제신문고를 법제화해 불합리한 규제에 대한 국민의 개선청구권도 보장했다. 토지이용과 건축, 인터넷경제, 농업 등 국토개발, 신시장 창출과 밀접한 규제개선도 추진한다. 시스템 개편과 경제활성화에 필요한 규제개혁 방안이 포함된 만큼 계획대로 되면 큰 효과가 기대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세상사가 다 그렇지만 규제개혁은 대통령 혼자서 할 수 없다. 규제는 법, 시행령, 지침, 내규 등 행정규칙 곳곳에 숨어있고 자의적 판단, 보이지 않는 관행도 작용한다. 위에서 아무리 압력을 가해도 실제적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과 공직사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실천은 요원하다. 12척의 배로 적선 330척을 물리친 명량해전의 기적적 승리는 이순신 장군이 앞서고 부하와 백성들이 믿고 따른 결과이다. 규제개혁도 모두가 동참하고 나부터 나서야 들불처럼 번질 수 있다.

물론 규제개혁은 버겁다. 고려할 일도 많다. 정부부처는 해결가능한 방안을 적극 찾아야 한다. 건의사항은 행정편의가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 검토하고 어려운 과제는 유연한 해석, 대안제시 등 새로운 노력을 해봄직하다. 개선과제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끝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기득권층의 반발이 심한 분야는 신념을 갖고 협력을 통해 풀어 나가야 한다.

국회도 경제살리기 행보를 같이 해줘야 한다.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부동산, 조세 등 파급효과가 큰 과제는 대부분 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이다. 경제법안은 제때 통과돼야 시장의 수요에 맞춰 효과적으로 나가지, 하세월로 묵히면 시행해도 소용이 없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당장 처리해야 하는데 국회의 문턱에 걸려 한 발짝도 못 나가는 법안이 30개에 이른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더라도 국익차원에서 경제살리기에 관련된 법안은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또 내수활성화에 필요한 의료, 관광, 교육산업의 육성발전에도 국회가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길 바란다.

규제개혁은 국민의 지지가 선행돼야 탄력을 받고 국회와 이해집단을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국민이 규제완화의 효과를 피부로 느끼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규제개선의 수혜자인 기업이 좀더 과감하게 투자활성화와 일자리창출에 나서고 생명건강, 안전위생 기준을 더욱 철저히 지켜야 한다.

세상은 변했고 정부가 모든 문제를 다루던 시대는 지나갔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성장동력을 재점화하는 일은 민간이 활력을 되찾고 창의적 도전에 나서야 가능하다. 규제개혁은 경제살리기의 시작이자 끝이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이번 개혁이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냐, 진정한 변화의 서막을 열 것이냐는 지금 우리의 행동에 달려 있다.

이동근 < 대한상의 상근부회장·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 공동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