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망으로 응축해낸 현대인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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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김세일 씨 5~16일 개인전
‘조각’하면 묵직한 덩어리가 먼저 떠오른다. 조각의 본질은 양감이다. 그런데 조각이 양감보다 촉각에 더 무게를 둔다면?
5~16일 서울 혜화동 혜화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여는 조각가 김세일 씨(56·서울과기대 교수)는 촉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면서 조각의 본질을 묻는다. 서울대 미대를 나온 김씨는 2003년 제18회 선미술상을 받았다. 그는 철사로 공이나 상자, 인체 모양을 엮은 뒤 신화와 역사, 구전에 담긴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해 왔다.
‘바람 덩어리’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꼬인 철사망으로 인체를 다양하게 표현한 ‘바람 시리즈’, 석고 점토로 유명 미술가들의 얼굴을 만든 근작 등 30여점을 보여준다. 자연스럽게 휘어지는 표면과 선에서 직관적으로 촉감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오브제들이 껍질의 형태를 갖고 있긴 하지만 단순히 껍질 그 자체의 조형성을 강조하기보다 시각적인 촉각을 보여주려 했다”는 게 김씨의 설명. 인체 조각의 촉각적 감성과 매스(mass·덩어리)를 통해 인간의 실존 및 생명감을 풀어내려 한 조형적 시도라는 얘기다. 김씨는 “매스는 인간의 욕망, 특히 소유 욕망을 뜻하는 개념”이라며 “흙이나 밀가루를 내 손에 넣고 제대로 소유하려면 덩어리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들은 아리아 선율처럼 깊이가 있고 재질도 단순하다. ‘은유’가 ‘본질’을 초월하지 않도록 일체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가는 철사나 동선 등을 엮은 조형들은 속이 들여다보이며 안과 밖이 통하는 유연한 공간을 이뤄낸다. 이를 통해 조각이 작품을 만지고 조작함으로써 만족을 느끼게 하는 ‘촉각의 예술’이란 점을 상기시킨다. (02)747-694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5~16일 서울 혜화동 혜화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여는 조각가 김세일 씨(56·서울과기대 교수)는 촉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면서 조각의 본질을 묻는다. 서울대 미대를 나온 김씨는 2003년 제18회 선미술상을 받았다. 그는 철사로 공이나 상자, 인체 모양을 엮은 뒤 신화와 역사, 구전에 담긴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해 왔다.
‘바람 덩어리’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꼬인 철사망으로 인체를 다양하게 표현한 ‘바람 시리즈’, 석고 점토로 유명 미술가들의 얼굴을 만든 근작 등 30여점을 보여준다. 자연스럽게 휘어지는 표면과 선에서 직관적으로 촉감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오브제들이 껍질의 형태를 갖고 있긴 하지만 단순히 껍질 그 자체의 조형성을 강조하기보다 시각적인 촉각을 보여주려 했다”는 게 김씨의 설명. 인체 조각의 촉각적 감성과 매스(mass·덩어리)를 통해 인간의 실존 및 생명감을 풀어내려 한 조형적 시도라는 얘기다. 김씨는 “매스는 인간의 욕망, 특히 소유 욕망을 뜻하는 개념”이라며 “흙이나 밀가루를 내 손에 넣고 제대로 소유하려면 덩어리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들은 아리아 선율처럼 깊이가 있고 재질도 단순하다. ‘은유’가 ‘본질’을 초월하지 않도록 일체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가는 철사나 동선 등을 엮은 조형들은 속이 들여다보이며 안과 밖이 통하는 유연한 공간을 이뤄낸다. 이를 통해 조각이 작품을 만지고 조작함으로써 만족을 느끼게 하는 ‘촉각의 예술’이란 점을 상기시킨다. (02)747-694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