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혹스런 이완구 >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왼쪽)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이완구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당혹스런 이완구 >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왼쪽)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이완구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철도 부품 제조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여야 지도부의 공언과 달리 여야가 일치단결해 무더기 반대 또는 무효표를 던지면서 국회의원들의 ‘제식구 감싸기’ 구태에 여론의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송광호 체포동의안' 찬성 73·반대 118표로 부결…민생 팽개치고 '동료 비리' 감싼 국회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송 의원 체포동의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쳤지만 총 투표 수 223표 가운데 찬성 73표, 반대 118표로 부결됐다. 기권은 8표, 무효는 24표였다. 재적의원 과반이 참석했지만 가결에 필요한 ‘참석 의원 과반 찬성’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은 물론 기권·무효표도 쏟아졌다.

현역 의원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은 2012년 7월11일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 수수 혐의를 받은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날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은 새누리당 136명, 새정치민주연합 114명, 비교섭단체 6명 등 총 256명이었다. 본회의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물론 상당수 야당 의원도 반대표나 기권·무효표를 던진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검찰이 무리하게 사정 칼날을 겨누고 있다고 생각하는 여야 의원들의 조직적인 반감이 일부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송 의원이 철도 레일 체결장치 납품 업체인 AVT로부터 “납품에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5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송 의원은 이날 본회의 표결 전 신상발언을 자청해 “철도 부품 업체로부터 납품 관련 청탁을 받은 적이 없고 압력을 행사한 적도 없다”며 “증거 인멸을 이유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는데 구속이 되든 안 되든 증거를 인멸할 아무런 능력도, 자료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은 향후 정치권에 대한 국민 여론 악화에 기름을 끼얹을 전망이다. 여야가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미뤄놓은 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무한 정쟁을 벌이는 가운데 이른바 ‘방탄 국회’ 지키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공회전’ 국회에 대한 여론이 따가운 가운데 동료 의원 지키기에 앞장서는 국회를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보겠느냐”며 “그동안 여야가 논의해온 의원 특권 내려놓기 다짐도 한꺼번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을 놓고도 공방을 이어갔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은 말로는 방탄 국회가 없다고 해놓고 행동으로는 조직적 부결을 감행했다”고 비판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새누리당이 두 얼굴을 가진 정당이라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반대표나 무효표를 감안할 때 새누리당에 일방적으로 모든 비난을 퍼붓는 것은 달리 생각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당론이 아니라) 의원들이 각자 판단한 일이기 때문에 뭐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