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팩은 인수합병(M&A)으로 출발해 M&A로 성장해온 기업이다. 한누리투자증권(현 KB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 출신인 최진식 회장(55)이 구조조정전문회사(CRC)를 설립한 건 2000년. 최 회장은 CRC를 통해 이듬해 쌍용정공(현 심팩)을 인수한 뒤 한합산업(현 심팩메탈로이)과 봉신(현 심팩인더스트리)을 차례로 손에 넣으며 창업 10여년 만에 연매출 1조원 안팎의 중견그룹을 일궈냈다.

최 회장의 M&A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자금난 등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위기 기업’ 중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한 곳을 타깃으로 삼는다. 싼값에 살 수 있는 데다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춘 만큼 자금만 투입하면 곧바로 되살아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그가 인수한 기업은 하나같이 인수 1~2년 만에 큰 폭의 수익을 냈다. 한합산업은 2008년에 거둔 한 해 영업이익(590억원)이 인수가격(560억원)을 웃돌 정도였다.

인수 후보가 추려지면 오랜 기간 해당 회사를 지켜본다. 궁지에 몰려도 생존할 수 있는 펀더멘털을 갖췄는지, 기존 회사와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그렇게 한합산업은 3년, 봉신은 6년을 기다렸다. 인수 후에는 해당 분야의 세계 1~2위 기업들의 노하우를 접목하기 위해 해외를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지분만 놓고 보면 심팩의 2세 승계는 이미 완성됐다. 최 회장이 창업 초기에 지주회사인 심팩홀딩스 지분의 절반 이상을 아들과 딸에게 넘겼기 때문이다. 심팩홀딩스는 그룹의 양대 축인 심팩(지분율 32.4%)과 심팩메탈로이(40.2%)를 지배하고 있다. 다만 최 회장 자녀가 어린만큼 경영권 승계는 당분간 없을 전망이다. 장남 민찬씨는 지난해 현대자동차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고, 딸 민영씨는 대학생이다.

오상헌/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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