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3일 오전 4시27분

내년 하반기 한국 상장을 추진 중인 중국 A사의 대표이사는 필리핀 국적이다. 원래 국적은 중국이었지만 한국 증시 상장을 위해 바꿨다. 홍콩에는 중국 본사의 지분 100%를 보유한 지주회사를 세웠다. 한국에 상장하는 법인은 A사가 아니라 이 지주회사다. A사 대표이사가 최대주주다.

까다로운 중국의 해외 상장 규제를 피하기 위해 국적을 바꾸는 중국 기업인이 늘고 있다. 중국에서는 자국 기업이 해외에 직상장할 수 없다.

따라서 사전에 홍콩을 비롯한 국외 지역에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이 지주사를 상장시키는 편법을 쓴다. 2006년부터는 해당 지주사의 최대주주가 중국인인 경우에도 해외 상장을 불허하며 규제가 강화됐다.

한국에 상장된 16개 중국기업은 모두 해외 지주회사였다. 이 가운데 13곳은 상장 당시 최대주주들이 외국 국적이었다. 나머지 3곳은 2006년 이전 한국에 상장된 기업들이다. 차이나하오란과 씨케이에이치는 최대주주 국적이 캐나다, 차이나그레이트는 캄보디아, 중국식품포장과 에스앤씨엔진그룹은 홍콩이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인구 억제정책의 영향으로 외국인이 중국 국적을 얻기는 힘들지만 내국인이 외국 국적을 따는 것은 쉬운 편”이라고 말했다.

중국기업들은 때로는 해외 국적의 ‘바지 사장’을 내세우기도 한다. 중국원양자원은 2009년 한국에 상장하면서 실제 최대주주인 중국인 장화리 대표 대신 싱가포르 국적의 추재신 씨를 최대주주로 증권신고서에 허위 기재했다. 중국원양자원은 2012년 혐의가 드러나 금융위원회로부터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