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vs 지자체 또 '복지재원 전쟁'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등 복지 재원을 놓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또다시 커지고 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 회는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중한 복지비용으로 지방정부가 파산할 위기에 처했다며 중앙정부의 국비 지원을 촉구했다. 조충훈 협의회장(전남 순천시장)은 이날 “지난 7년간 지자체의 사회복지비 연평균 증가율은 11%로, 지방 예산 증가율(4.7%)의 두 배를 넘는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복지비 지급을 감당할 수 없는 ‘복지 디폴트(지급 불능)’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226명의 시장·군수·구청장 명의로 △기초연금 전액 국비 지원 또는 평균 국고보조율 90% 이상으로 확대 △보육사업 국고보조율 서울 40%, 지방 70%로 인상 △지방소비세율 현 11%에서 16%로 인상 등을 요구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말 정부가 지방소비세 전환율 확대, 무상보육 국고보조율 인상 등을 통해 지자체에 이미 충분히 재정 지원을 해줬다”며 지자체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복지 재원을 둘러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은 2012년부터 만 0~5세 전면 무상보육이 실시된 이후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지자체는 ‘복지 디폴트’까지 언급하면서 중앙정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정부는 지자체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간 갈등 해결이 쉽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의 핵심은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기초연금이다.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게 최대 20만원이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기존 기초노령연금(약 10만원)의 두 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올해 기초연금 시행 예산은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해 지난해(4조3000억원)에 비해 60%가량 늘어난 7조원에 이른다. 지방이 올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돈은 7000억원 정도다. 기초연금 시행에 따라 2017년까지 향후 4년간 지자체가 추가 부담해야 하는 예산은 5조7000억원이다.

부동산 경기침체, 취득세 영구인하 등으로 세입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5조7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지자체 주장이다.

이에 정부는 기초연금 재원은 지자체 차원에서 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문 장관은 “지난해 말 지방소비세 전환율을 6%포인트 높이고, 무상보육 국고보조율을 15%포인트 올렸다”며 “향후 10년간 연평균 3조2000억원의 재원 이전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기초연금 분담 비율은 향후 지자체와 협의해 일부 조정할 수도 있다”며 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강경민/임원기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