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저물가가 지속되면서 정부가 물가 전망을 하향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하반기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내부 결론을 도출했다. 이는 하반기로 진행될수록 경기가 회복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과는 상당히 달라진 것이다.

기재부는 지난 1일 8월 소비자물가가 발표 직후 제시한 보도참고자료에서 "향후 물가는 기상 악화로 인한 농산물 가격 급등 등 특이 요인이 없는 한 안정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공식 전망했다.

이는 한 달 전인 7월 소비자물가 발표 후 제시한 "향후 물가는 안정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나 기저효과 등 기술적 요인에 따라 작년동월대비 상승폭이 서서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판단한 것과 상당한 의미 차이가 있다.

특히 매월초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발표 후 정부가 내는 분석·판단에서 '물가 상승폭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표현은 올해 들어 8월 소비자물가에서 처음으로 빠졌다.

이로써 정부가 지난 7월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올해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1.8%보다도 낮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말 올해 평균 물가상승률을 2.3%로 잡았다가 지난 7월 1.8%로 하향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11월 1.6%를 기록한 이후 22개월째 1%대 이하를 기록 중이다.

1%대 물가를 이처럼 오랜 기간 기록한 것은 물가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처음이다. 저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소비 경기가 위축되는 '디플레이션' 현상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내밀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가 4개월 남았는데 아직도 수요 측면이 호전되는 기미는 감지되지 않는다"면서 "물가가 갑작스럽게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가운데 구체적인 전망치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조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안정목표 범위가 2.5∼3.5%로 돼 있는데 3년째 하한선 아래로 가고 있다"면서 "한국이 디플레이션 초기에 와 있다"고 최근 언급한 바 있다.

학계에서 역시 한국이 디플레이션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국은 일본과 달리 자산 거품이 꺼지지 않고 통화·재정 정책도 다른 만큼 디플레이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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