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이 한국 영화사를 새로 쓰고 있다. 한 달여 만에 1700여만명이라는 전인미답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호불호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놀라운 결과를 내는 것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쏟아져 나온다. 세월호 참사에 정부가 보여준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국민적 공분,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에 대한 존경심과 애국심의 발로, 극도로 나빠진 한·일관계의 영향, 이 시대 진정한 리더가 없는 것에 대한 반동 등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에 많은 기업이 자사의 리더들에게 이 영화를 관람토록 한다는 뉴스다. 이순신의 리더십에서 배우자는 것이다.

리더십의 어떤 점을 이 영화에서 배울 수 있을까. 무엇보다 긍정의 힘이다. 아픈 심신으로 다시 삼도수군통제사에 임명됐을 때 이순신에게는 전의를 상실한 병사들과 12척의 배만 남았다. 해전에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으니 권율 장군의 육군과 합쳐 싸우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장계를 임금에게 올린다. ‘겨우’ 12척이 아닌 ‘아직’ 12척에 초점을 맞춘 긍정의 힘이었다. 위로는 임금에게 이와 같은 긍정의 힘을 보여준 반면 아래로는 칠천량 패배와 수적 열세로 두려워하는 병사들에게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 것(必死則生 必生則死)”이란 사자후로서 긍정을 일갈한다. 자신의 긍정을 위와 아래 모두에게 강력하게 전파한 것이다,

두 번째 배울 점은 개인이 아닌 조직에 대한 충(忠)이다. 자신을 핍박한 임금에게 왜 충성하느냐는 아들 이회의 질문에 이순신은 답한다. “충은 의리이고 의리는 임금을 향하는 게 아니라 백성을 향한 것”이라고.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이라고. 이순신에게 ‘나라’는 임금이 아니고 백성이었고, 자신의 충성은 백성의 나라로 향했다. 조직의 최고 책임자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에 충의 의리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세 번째는 행동으로 보여준 솔선수범이다. 300여척 왜군의 어마어마한 위용에 11척 다른 배의 장수들은 감히 싸울 용기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순신은 혼자 앞서 많은 수의 적 함선들과 직접 전투를 벌인다. 그의 솔선수범이 같은 배에 있던 병사들은 물론 다른 배의 장수들과 병사들에게 사기를 불러일으키고, 그것이 불가능할 것 같은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요인이 됐다. 리더의 신뢰는 솔선수범으로 시작되고, 그 솔선수범이 부하들을 몰입으로 이끈 것이다.

네 번째는 엄격함 속에서도 지속하는 소통의 모습이다. 전투 전날 군영을 탈출해 잡혀온 병사는 이순신에게 살려 달라고 빈다. 하지만 장군은 일절 주저함 없이 탈영병의 목을 친다. 6년 전 임진왜란부터 오랜 기간 함께 싸운 부하를 참수한 이유는 법 위반에 대한 일벌백계의 엄격함이었다. 그러면서도 결코 독재적인 전횡을 일삼지 않았다. 전투작전 수립에 관련 장수 모두를 참여시켜 그들이 자유스럽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자신의 결정에 지나치게 반대하는 장수의 의견도 묵묵히 경청했다. 기본적인 룰 준수에는 엄격함으로 대처하지만 그와 더불어 참여형 소통의 자리 역시 마련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여건을 감안한 탁월한 전략 수립과 이행이다. 전략을 수립하면서 우리 조직의 역량은 물론 시장 상황과 경쟁자에 대한 분석 등 모든 것을 다 고려해 전투에 임했다. 빈약한 함선 수, 하지만 높은 3층 구조에 소나무로 만들어 충돌에 강한 판옥선. 거기에 뛰어난 화포의 위력 등 우리 수군이 가진 역량과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용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투가 벌어질 장소, 시간에 대한 면밀한 관찰로 지형지물을 정확히 파악하고 물살의 세기와
긍정의 힘·솔선수범·소통…이순신에게 배워야 할 리더십
방향 등을 어떻게 전투에 이용할지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

‘명량’해전의 이순신은 극한 상황에서 자신이 가진 ‘탁월한 리더십’만으로 전 세계 해전사에 유례가 없는 놀라운 성과를 이룩했다. 수군이라는 조직의 최고 리더로서, 국가라는 조직의 중간관리자로서 그의 리더십은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었다. ‘명량’ 속 이순신을 보면서 우리 조직의 최고경영자와 중간관리자는 무엇을 보고 배우고 있을까.

박기찬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