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호 씨의 설치조각 작품 ‘마지막 장인’.
전준호 씨의 설치조각 작품 ‘마지막 장인’.
미술을 통해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교훈을 준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저 만들고 싶은 것, 그리고 싶은 것을 시각예술로 풀어낼 뿐이죠. 예술가란 질문자거든요. 관람객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응답을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오는 28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개인전을 여는 설치조각가 전준호 씨(45). 그는 “미술은 일종의 ‘질문과 응답의 메타포’”라며 이같이 말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상황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동의대와 영국 첼시미술대 대학원을 졸업한 전씨는 동갑내기 설치작가 문경원 씨와 함께 내년 6월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관 대표작가로 참여한다. 광주비엔날레 ‘비엔날레 상’(2004)과 류블랴나 비엔날레 대상(2007년)을 받았고, 2012년 독일 현대미술축제인 ‘카셀 도큐멘타’에 참여해 국제 화단에 이름을 알렸다. 같은 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국내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6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회의 제목은 ‘그의 거처’. 첨예한 사회적 이슈는 물론 인간 실존 문제, 현대인을 둘러싼 현실과 이상의 괴리, 현상과 이면의 간극 등 다소 무거운 화두를 시각예술로 승화한 설치·조각 작품 6점과 영상 작품을 내보인다.

전씨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인문학적 논쟁거리들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 관람객의 응답을 기다린다”고 했다. 그에게 미술은 작품의 메시지가 삶과 상호작용할 때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전시장 1층에 전시된 설치조각 작품 ‘마지막 장인’은 나무로 만든 해골상을 육각형의 거대한 거울 위에 놓아 장인의 작품이 무한 복제되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미술의 관행이 되어버린 아이디어와 제작의 이원화, 미술가와 장인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 대해 묻는다. 이 작품 옆에 전씨가 최근 집필한 소설 ‘마지막 장인’도 놓여 있다.

전시장 2층에 설치된 작품 ‘코는 왜 입 위에 있을까?’도 흥미롭다. 12세기 이슬람의 과학 지식을 유럽에 전한 영국 학자 애덜라드의 명언을 제목으로 붙인 이 작품은 거울로 꾸민 전시장 천장에 거대한 금속 링을 매달아 인간의 모순과 허위를 은유적으로 풀어냈다. 상하로 움직이는 모니터에서 파도의 출렁임만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그의 거처’, 2012년 카셀 도큐멘타를 통해 소개된 영상 작업 ‘뉴스프롬노웨어’ 등도 눈길을 붙잡는다.

전씨는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의 발언이 이 시대 속에서 역류하고 있지는 않나 등의 의문을 던지며, 예술의 미래를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깊이 있게 고찰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02)2287-35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