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윤철 씨(30)는 얼마 전 회사에서 추석 선물로 받은 10만원권 백화점 상품권에 현금 15만원을 보태 점찍어 둔 고어텍스 구두를 살 생각이다. 박씨는 “시쳇말로 ‘공돈’이 생긴 기분에 평소 갖고 싶었지만 쉽게 사지 못했던 제품을 장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추석 전 풀린 상품권을 잡기 위한 유통업체들의 ‘포스트 추석’ 마케팅이 활발하다. 상품권 소비를 유도해 명절 특수 직후의 매출 공백을 메우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유통가, 추석상품권 '회수 작전'
롯데백화점은 오는 12~16일 서울 소공동 본점에서 명절 준비에 지친 주부를 위한 ‘가을 스카프 제안전’을 연다. 메트로시티, 엘르 등 인기 브랜드 제품을 최고 60% 할인 판매한다. 남성을 위한 행사도 마련한다. 10~14일 영등포점에서 정장, 재킷, 넥타이 등을 최대 60% 할인하는 ‘멘즈 페어’를 진행한다.

상품권으로 구매할 경우 추가 혜택도 준다. 롯데·SK·GS·금강제화 상품권으로 20만원·40만원 이상 구매 시 롯데상품권 1만원·2만원권을 증정한다.

김종환 롯데백화점 마케팅팀장은 “올 추석 상품권 매출은 지난해보다 12.5% 증가했다”며 “본점의 경우 상품권에 현금을 보태 구매하는 소비자가 상품권으로만 구매하는 사람보다 두 배 이상 많아 매출 증대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에서 10~14일 ‘크록스&컨버스 균일가전’을 열고 이월 상품을 최대 80% 싸게 판다. 크록스 플립플랍은 1만9900원에, 컨버스 스니커즈는 1만원에 한정 판매한다. 압구정 본점에서는 10~11일 프리미엄 모피 기획전을 연다. 진도모피 블랙 메일 재킷은 259만원, 근화모피 블랙 휘메일 재킷은 250만원이다. 구매 금액에 따라 현대백화점 상품권도 증정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추석 직후 40~50대 여성 매출이 급증하는 것에 주목해 9~11일 핸드백, 주얼리, 모피 등을 할인하는 기획전을 연다. 까스텔바작 캐시미어 스카프는 7만5000원에, 리사코 진주 브로치는 7만9000원에, 손석화 트렌치코트는 9만원에 판매한다. 지방시 판도라 퓨어백(280만원), 지미추 호피 플랫슈즈(108만원) 등 가을 신상품도 선보인다.

대형마트도 상품권을 겨냥한 행사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7~10일 ‘토이저러스 데이’를 열고 인기 완구 10개 품목을 최대 50% 할인한다. 승용 완구인 ‘스마트 트라이크 드림크루즈 골드’는 16만6250원에, 음식 모형과 주방 기구로 구성된 ‘스마트 키친 세트 레드라벨’은 4만4900원에 내놓는다. 11~17일에는 상품권으로 10만원 이상 구매 시 신라면(5개)을 준다.

이마트도 주부층을 위해 8~10일 아로마 상품을 30% 할인하고, 9일에는 안마기 전 품목을 10% 저렴하게 판매한다. 드럼세탁기, 김치냉장고 등 인기 생활가전도 5~10% 가격을 내릴 예정이다.

변지현 롯데마트 마케팅전략팀장은 “지난해 추석을 보면 추석 직후 1주간 매출은 전주에 비해 30%가량 줄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휴 직후 매출이 두 배 가깝게 늘어나는 완구류를 중심으로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