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파워블로거 사기
블로그(blog)는 1997년 미국에서 처음 사용된 신조어다. 원래는 웹로그(weblog)였다. 인터넷망을 뜻하는 웹(web)에 날마다 일지(log)를 올린다는 뜻이다. 축약해서 블로그라고 하는데 자신이 주인인 인터넷카페 등에 매일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1인 미디어를 뜻한다. 이 작업을 하는 사람을 블로거, 특히 회원이 많은 사람을 파워블로거라고 부른다.

21세기 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늘어나면서 블로거들이 회원을 모으는 데 가속도가 붙었다. 2005년 미국에서 창간된 허핑턴포스트는 바로 이 파워블로거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터넷매체다. 정치분야 파워블로거 수십명으로 시작해, 수천~수만 회원을 가진 블로거들을 차례로 영입하면서 10년도 안 된 사이 글로벌 메이저 언론사로 자리를 잡았다.

국내에서도 소설, 여행, 화장법, 사진 등 분야에서 자신만의 콘텐츠로 파워블로거가 된 사람이 많아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는 별도 코너를 마련해 이들을 관리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파워블로거를 훙런(紅人)이라고 부르는데, 지난해 국내 모백화점은 이 훙런들을 초청해 쇼핑 투어를 시켜줬다. 이들이 콘텐츠를 올리면 수십만명이 몰려와 보고, 또 구매까지 하는 걸 잘 알고 있어서다.

문제는 공신력이다. 소속된 곳도 없고, 사무실도 공개되지 않아 블로거가 올리는 정보는 믿기 어렵다. 실제로 기업체 광고협찬을 받은 사실을 숨기고 자신이 직접 체험해 본 듯이 글을 올렸다가 적발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영향력을 과시하며 기업체에 협찬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블랙 블로거’들도 나타났다.

이러니 규제가 나오는 건 당연한 귀결이었다. 미국은 2009년 블로그를 통한 입소문마케팅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업체와 블로거들의 자율적인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하루 방문자 3000명 이상의 블로그를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체제 인사들을 탄압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블로그를 활용한 기만광고를 규제하는 정책을 마련 중이다.

엊그제 국내에서도 대형사고가 터졌다. 23세 젊은 아가씨가 자신을 파워블로거라고 속이고 고급 상품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사주겠다며 41억원을 챙긴 사기사건이다. 그는 글도 거의 안 쓰고 회원도 별로 없는 평범한 블로거였다. 자신의 직업을 밝히지 않는 파워블로거는 대부분 무직이라고 보면 된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