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프랜차이즈, 해외에 답 있다
최근 취재차 방문한 중국 허난성 정저우 프랜차이즈박람회장에서 만난 관람객 우스위양(22)은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영향으로 치맥(치킨+맥주)을 좋아하게 됐다”며 “구워 먹는 샤오러우(燒肉)도 친구들과 함께 먹는 인기 메뉴”라고 자랑했다. 박람회 참가 기업 가운데 하나인 서래갈매기의 윤동원 해외사업본부장은 “상하이 훙톈루 매장에서는 테이블 16개가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꽉 차는데, 하루 방문객 700여 팀 중 160여 팀밖에 수용할 수 없다”며 “하루 매출이 4만위안(약 680만원) 정도로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엄청난 매출”이라고 놀라워했다.

아시아에 뿌리내린 한류 음식

분식 프랜차이즈 ‘바사삭’을 운영하는 (주)아리알찬의 남지우 대표(40)는 서울 목동과 중국 칭다오 장저우루에서 지난 3월과 6월 직영점 문을 열었다. 남 대표는 칭다오에서 8년간 식품유통업을 하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에 눈을 떴다. 서울과 칭다오 매장은 오징어김밥과 수제튀김이 주력 메뉴다. 매장 크기도 66㎡ 안팎으로 별 차이가 없다. 하루 매출도 200만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비슷하다. 가장 차이가 큰 것은 창업비다. 서울에서 2억2000만원을 들인 데 비해 칭다오에선 4900만원이 전부다. 거품이 잔뜩 낀 서울에서 외식업을 하기가 얼마나 피곤한지 웅변하는 사례다.

한식 프랜차이즈 ‘놀부’의 중국 진출 전략은 더욱 정교하다. 이 회사는 최근 중국 상하이에 ‘부대찌개&철판구이’ 브랜드로 직영점을 두 개 열었다. 부대찌개를 중국화한 용어 ‘푸둬궈(部隊鍋)’를 간판에 내걸었다. 중국인들에게 ‘훠궈(火鍋)’가 고급음식이란 인식이 강하다는 점에 착안, 1인분에 50위안의 가격을 붙였다. 일반 식당의 중국식 메뉴 가격이 1인분에 20~30위안임을 감안하면 비싸지만 하루 매출 3만위안(약 510만원)을 올려주는 효자 메뉴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에서만 한류 푸드가 맹위를 떨치는 것은 아니다. 이달 초 CJ푸드빌과 롯데리아는 일제히 해외 매장 200호점을 돌파했다. CJ푸드빌은 뚜레쥬르(베이커리), 비비고(비빔밥), 투썸(커피) 브랜드로 동남아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베트남에서 세계 1위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를 압박하고 있다.

전문인력 육성 등 지원 필요

2009년 9월29일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프랜차이즈산업 활성화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며 가맹점 1000개를 보유한 프랜차이즈 기업 100개를 육성하겠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후 강화된 것은 진흥이 아니라 규제였다. 지난해 가맹사업법이 대폭 개정되면서 전 세계 최강의 프랜차이즈 규제법이 완결됐다. 그런 만큼 올해부터는 프랜차이즈 진흥 정책이 잇따라 나와야 하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프랜차이즈 기업들에 해외 진출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로 등장했다.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규제가 판을 치기 때문이다. CJ푸드빌, 롯데리아, SPC 등 대기업은 그나마 자력으로 해외 시장을 뚫고 있지만 중견·중소기업들은 인력과 자본력의 열세로 애를 먹고 있다. 서래갈매기, 피자마루, 꿀닭, 바사삭 등 중소기업들은 해외 시장에서 피를 말리는 경쟁을 통해 단련된 생존력 하나로 버티고 있다. 안간힘을 쓰는 이들 기업은 정부가 거창한 정책 구호를 내걸기보다 해외 전문인력 양성만이라도 도와주기를 바라고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경제학博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