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스터빈, 놓칠 수 없는 新樹種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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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신세 추격형 한국 경제
경쟁자 적은 선도형 제품 개발로
수익확보, 일자리 창출 꾀해야
이재헌 < 한양대 교수·한국플랜트학회 회장 >
경쟁자 적은 선도형 제품 개발로
수익확보, 일자리 창출 꾀해야
이재헌 < 한양대 교수·한국플랜트학회 회장 >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수출 대기업들이 실적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산 저가폰 공세로 글로벌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으며 플랜트, 조선부문 대표기업들의 영업손실도 ‘어닝쇼크’ 수준이어서 세월호 참사 여파로 활력을 잃은 경제를 더욱 우울하게 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신수종(新樹種) 사업 발굴과 경영혁신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마땅한 신수종 사업이 보이지 않아 문제다. 우리 대기업들의 미래를 보장할 신수종 사업은 과연 어떤 게 있을까.
대기업에 적합한 신수종 사업이라면 주문자가 상위에 존재하는 부품사업으로는 곤란하다. 반도체, 조선, 스마트폰, 자동차 정도의 규모를 갖춘 사업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대기업 그룹의 주력이 될 가능성이 충분해야 한다. 대기업 최고의 인재들이 매진할 가치를 가질 만큼의 고부가가치 업종이면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업종이어야 한다. 협력업체를 파생시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업종이라면 금상첨화다.
해외 굴지의 기업이 대부분 고부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것처럼 한국 대기업들도 든든한 제조업을 지켜야 한다. 후발업체와의 경쟁에 쫓길 수 있거나 제품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서 숨돌릴 틈이 없는 품목으로는 불안하다. 장기간 기술력을 쌓지 않으면 만들 수 없으면서 오랜 기간 시장의 평가를 기다려야 하는 부문을 개척해야 한다. ‘발전용 가스터빈’이 그중 하나다.
가스터빈이라고 하면 흔히 제트기를 떠올리는데 항공기용 가스터빈의 제조는 미국과 유럽 기업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민간 항공기용 가스터빈 시장에는 일본도 아직 진입하지 못했다. 가스터빈은 항공기에 제트 추진력을 제공하지만 자동차에 응용하는 경우 가솔린 엔진처럼 회전력을 제공한다. 회전력이 필요한 기기의 원동기로서도 가스터빈이 이용되고 있다. 이런 용도의 가스터빈을 육상용 가스터빈이라 부르며 대형 플랜트나 복합발전소에서 주로 사용한다. 육상용 가스터빈 중에서도 시장잠재력이 큰 것은 발전용 가스터빈이다. 대형 승용차보다 조금 더 큰 가스터빈 1대의 가격이 승용차 200대 가격과 맞먹을 정도니 부가가치가 대단히 높다. 미국의 GE, 독일의 지멘스가 대표적인 생산기업이며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의 미쓰비시가 유일하게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도 수십대의 발전용 가스터빈이 가동 중이다.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추가로 많은 가스연료 화력발전소가 건립될 예정이어서 미국, 독일, 일본 기업들이 가스터빈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가스터빈은 고온·고압에서 운전되므로 기기의 유지보수 경비도 엄청나다. 가스터빈 수주는 곧 유지보수 사업권도 확보한다는 의미다. 발전용 가스터빈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개발도상국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전력수요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셰일가스가 대량 생산되면서 발전용 가스터빈은 ‘없어서 못 파는’ 품목이 되고 있다. 발전용 가스터빈을 생산할 수 있다면 용량은 적지만 수요가 많은 화학플랜트용 가스터빈과 같은 육상용 터빈시장으로도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가스터빈 개발에 관해 이미 한국의 몇몇 대기업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연구과제에 참여 중이기도 하고, 계열사 차원에서 독자개발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단편적 관심만으로는 승산이 없다. 일본 미쓰비시도 발전용 가스터빈 개발에 10여년의 세월과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다. 기술개발에는 왕도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가스터빈사업의 상업적 성공에는 엄청난 비용과 기다림이 요구된다. 그룹 최고책임자의 결단이 필요한 까닭이다.
이재헌 < 한양대 교수·한국플랜트학회 회장 jhlee@hanyang.ac.kr >
이들 기업은 신수종(新樹種) 사업 발굴과 경영혁신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마땅한 신수종 사업이 보이지 않아 문제다. 우리 대기업들의 미래를 보장할 신수종 사업은 과연 어떤 게 있을까.
대기업에 적합한 신수종 사업이라면 주문자가 상위에 존재하는 부품사업으로는 곤란하다. 반도체, 조선, 스마트폰, 자동차 정도의 규모를 갖춘 사업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대기업 그룹의 주력이 될 가능성이 충분해야 한다. 대기업 최고의 인재들이 매진할 가치를 가질 만큼의 고부가가치 업종이면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업종이어야 한다. 협력업체를 파생시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업종이라면 금상첨화다.
해외 굴지의 기업이 대부분 고부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것처럼 한국 대기업들도 든든한 제조업을 지켜야 한다. 후발업체와의 경쟁에 쫓길 수 있거나 제품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서 숨돌릴 틈이 없는 품목으로는 불안하다. 장기간 기술력을 쌓지 않으면 만들 수 없으면서 오랜 기간 시장의 평가를 기다려야 하는 부문을 개척해야 한다. ‘발전용 가스터빈’이 그중 하나다.
가스터빈이라고 하면 흔히 제트기를 떠올리는데 항공기용 가스터빈의 제조는 미국과 유럽 기업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민간 항공기용 가스터빈 시장에는 일본도 아직 진입하지 못했다. 가스터빈은 항공기에 제트 추진력을 제공하지만 자동차에 응용하는 경우 가솔린 엔진처럼 회전력을 제공한다. 회전력이 필요한 기기의 원동기로서도 가스터빈이 이용되고 있다. 이런 용도의 가스터빈을 육상용 가스터빈이라 부르며 대형 플랜트나 복합발전소에서 주로 사용한다. 육상용 가스터빈 중에서도 시장잠재력이 큰 것은 발전용 가스터빈이다. 대형 승용차보다 조금 더 큰 가스터빈 1대의 가격이 승용차 200대 가격과 맞먹을 정도니 부가가치가 대단히 높다. 미국의 GE, 독일의 지멘스가 대표적인 생산기업이며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의 미쓰비시가 유일하게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도 수십대의 발전용 가스터빈이 가동 중이다.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추가로 많은 가스연료 화력발전소가 건립될 예정이어서 미국, 독일, 일본 기업들이 가스터빈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가스터빈은 고온·고압에서 운전되므로 기기의 유지보수 경비도 엄청나다. 가스터빈 수주는 곧 유지보수 사업권도 확보한다는 의미다. 발전용 가스터빈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개발도상국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전력수요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셰일가스가 대량 생산되면서 발전용 가스터빈은 ‘없어서 못 파는’ 품목이 되고 있다. 발전용 가스터빈을 생산할 수 있다면 용량은 적지만 수요가 많은 화학플랜트용 가스터빈과 같은 육상용 터빈시장으로도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가스터빈 개발에 관해 이미 한국의 몇몇 대기업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연구과제에 참여 중이기도 하고, 계열사 차원에서 독자개발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단편적 관심만으로는 승산이 없다. 일본 미쓰비시도 발전용 가스터빈 개발에 10여년의 세월과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다. 기술개발에는 왕도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가스터빈사업의 상업적 성공에는 엄청난 비용과 기다림이 요구된다. 그룹 최고책임자의 결단이 필요한 까닭이다.
이재헌 < 한양대 교수·한국플랜트학회 회장 jhlee@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