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새 사령탑에 울리 슈틸리케, 獨 축구 '名조련사'…7년 만에 외국인 감독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 감독(60)이 한국 축구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는다.

대한축구협회는 5일 국가대표 새 사령탑에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다.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자리는 2013년 6월 선임된 홍명보 전 감독이 브라질 월드컵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축구협회는 네덜란드 사령탑을 지낸 베르트 판마르베이크 감독(네덜란드)과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으나 막판에 결렬됐다. 이후 비공개 협상을 통해 차순위 후보자들과 접촉해왔다. 이달 중 열리는 A매치(8일 우루과이)는 신태용 박건하 김봉수 코치 체제로 치러진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외국인 사령탑은 2007년 7월 핌 베어벡 감독(네덜란드) 이후 7년 만이다. 독일 출신 감독은 1991년 1월 올림픽 대표팀을 맡았던 데트마르 크라머 감독 이후 23년 만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 선수 시절 모습.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 선수 시절 모습.
슈틸리케 신임 대표팀 감독은 화려한 선수 경력을 갖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던 현역 시절 1977년부터 1985년까지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에서 외국인 선수상을 네 번이나 받았으며 팀의 전설급 선수로 평가받는다. 베켄바워의 후계자로 각광받으며 독일 국가대표로 1975년부터 1984년까지 10년간 활약했다.

1988년 은퇴 후 곧바로 스위스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 시절만큼 빛을 보진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월드컵 본선 지휘봉을 잡은 경험이 없는 데다 유럽 클럽에서도 우승컵을 들어올린 적이 없다. 그가 지휘한 스위스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에서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2008년까지 코트디부아르 대표팀을 이끌었다. 알아라비, 알사리아 등 카타르 클럽에서 지휘봉을 잡았지만 뚜렷한 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유소년 교육에는 능숙한 편이다. 1998년부터 8년간 독일의 성인 대표팀 코치부터 저연령 대표팀 감독까지 다양하게 경험하며 지도자 생활을 했다. 이 시기 독일은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등 침체기를 겪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소년·청소년 대표팀을 맡아 성공적인 세대교체의 발판을 놓아 독일이 현재 세계 축구의 주도권을 잡는 데 헌신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내세운 ‘지도자 및 유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감독’ 조건에 부합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또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열정과 헌신이었다”며 “슈틸리케 감독이 부인과 함께 한국에 와 유소년은 물론 여자 축구까지 한국 축구의 전반적인 일에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자세로 임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거주하는 슈틸리케 감독은 이 위원장의 요청으로 지난 2일 영국 런던으로 가 2시간가량 면담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카타르 클럽을 맡으며 아시아 축구를 경험해 2015년 호주 아시안컵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잘 치러낼 것이란 기대도 있다. 세계 최강 독일 축구를 내부에서 직접 경험한 전문가라는 점도 한국 축구의 체질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란 예상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8일 입국해 같은 날 오후 8시 고양에서 열리는 한국과 우루과이의 평가전을 관전할 예정이다. 이후 10월 A매치 날짜인 10일과 14일 경기부터 한국 대표팀 벤치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10월 A매치 상대로는 파라과이, 코스타리카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