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9일(현지시간) 첫 스마트 손목시계 '워치'를 공개했으나 제품 출시일을 2015년 초로 발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애플은 최근 수년간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스마트 제품을 9∼10월에 출시해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연말 '대목'에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영업·마케팅 전략을 사용해 왔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연말 선물로 받기를 원하는 청소년들이 많은 데다 성인들도 이 기간에 지갑을 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의 제품 판매량이나 매출도 3분기와 4분기에 급격히 올랐다가 1분기와 2분기에 수그러드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만약 애플이 워치를 내면서 전통적인 연말 쇼핑 시즌을 노렸다면 역산해서 늦어도 10월께 출시해야 하지만 애플의 선택은 전혀 달랐다.

여기에는 크게 보아 세 가지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워치가 아직 양산 단계에 들어서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애플은 2007년 첫 아이폰을 선보일 때, 제품 공개는 1월에 하고 출시는 제품 양산 후 6개월 뒤인 7월에 한 전례가 있다.

당시 애플의 아이폰 개발은 극비리에 추진됐고 이 때문에 이런 제품이 나온다는 것을 시장이 예상조차 못 하고 있었다.

이번 애플 워치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같은 날 발표된 아이폰 6와 6 플러스는 여러 경로를 통해 제품 사양과 외관 등이 알려졌으나 워치는 보안이 철저히 유지됐다.

결국 애플이 '깜짝쇼'를 위해 와치 양산을 제품 공개 이후로 미룬 탓에 출시가 늦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스마트 손목시계 시장이 성숙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 스마트 손목시계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규모가 크지 않다. '스마트기기'로 인식돼 스마트폰과 묶음으로 판매되는 사례가 많다.

애플이 워치의 제품 카테고리를 '스마트기기'가 아니라 '패션 액세서리'로 규정하고 이를 위한 마케팅 작업을 하고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아이폰·아이패드와 같은 시기에 나오면 소비자의 관심이 분산될 것이므로 이를 피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분기에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면서 제품 가격이 최소한 349달러인 워치를 추가로 구입할 소비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점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이 4분기에는 '스마트기기'인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주력으로 팔고, 1∼2분기에 '패션 액세서리'인 워치를 주력으로 파는 제품 순환주기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