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M전시장에서 의료기기를 시험하는 모습.
ICM전시장에서 의료기기를 시험하는 모습.
“폐렴은 65세 이상 노인 사망원인 1위의 감염질환이다. 감염질환이 건강하게 나이 들고자 하는 ‘헬시에이징(healthy aging)’의 최대 장애물이 될 것이다.”

지난 6~10일 독일 뮌헨 ICM전시장에서 열린 ‘2014 유럽호흡기학회(ERS)’에 참석한 세계 의료 전문가들의 최대 관심사는 폐렴구균이었다. 2만5000여명이 참석한 이번 학회에서 폐렴구균 백신의 효능과 적응증 확대가 집중 논의됐다.

전문가들은 감염질환이 건강하게 나이 들고자 하는 헬시에이징의 최대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폐렴에 주목했다. 프란치스코 블라시 밀라노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렴은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가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한 감염질환 중 사망요인 1위로 지목한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폐렴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통계청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폐렴으로 사망하는 한국인은 인구 10만명당 20.5명으로 전체 사망원인 중 6위였다. 학회에 참석한 유광하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폐렴 사망률은 유방암 대장암 교통사고보다 높다”며 “특히 50대 이상 성인에게는 폐렴이 감염질환에 의한 사망원인 1위, 입원율 1위(지난해 23만2000여명)”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초고령사회를 맞아 폐렴 환자는 앞으로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50대 이상 성인이 폐렴과 같은 감염질환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만성질환 때문이다.

김동규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폐렴구균 질환 위험이 건강한 일반 성인보다 3배나 높다”며 “항생제 처방이 많은 국내 의료 현실상 만성질환자가 폐렴에 걸릴 확률이 높은 데다 폐렴 치료에 쓰이는 초기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사례도 많아 백신 접종으로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학회에서는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13’(화이자)의 최근 임상결과도 발표됐다.

국내 폐렴구균 예방 접종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2010년 성인 폐렴구균 예방접종률은 0.8%로 미국(59.4%) 독일(31.4%)에 비해 크게 낮다. 전문가들은 성인이 되면 예방 접종이 필요하지 않다는 오해와 폐렴 예방 필요성에 대한 낮은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뮌헨=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