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에너지 안보, 原子力 비중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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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수급은 국가 안보와 직결
신재생·청정 에너지 효율 높이고
원자력의 전략적 활용 고민해야"
남궁영 < 한국외국어대 정치행정언론대학원장·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 youngnk@hufs.ac.kr >
신재생·청정 에너지 효율 높이고
원자력의 전략적 활용 고민해야"
남궁영 < 한국외국어대 정치행정언론대학원장·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 youngnk@hufs.ac.kr >
요즘 젊은 사람들은 보릿고개라는 말의 의미를 잘 모른다. 보릿고개란 가을에 수확한 쌀이 이듬해 5~6월이면 바닥나고, 그 해 이른 봄에 뿌린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아 먹을 것이 없던 시기를 말한다. 해방 직후부터 1950년대까지 한국이 연례행사처럼 겪던 일이다.
이들 젊은 세대는 한국이 먹을 것이 없어 세계식량계획(WFP)으로부터 원조를 받았다는 사실도, 배고픔의 고통도 잘 모를 것이다.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뤄 오늘날 한국에 먹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한국이 현재는 먹거리가 풍족하더라도 실상은 식량 자급률이 매우 낮아 2008년과 같은 세계적 식량 폭동이 일어나면 전 국민이 과거 보릿고개처럼 굶주려야 하는 위기를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문제도 마찬가지다. 눈부신 기술과 경제 발전 덕분에 요즘은 어딜 가나 밝은 불빛과 전자기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에너지 자급률이 낮기 때문에 에너지 공급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국가적 재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실제로 1973년 10월 아랍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1차 석유파동으로 번지면서 배럴당 2.5달러였던 국제유가가 11.6달러까지 치솟았다.
아랍 산유국들은 석유를 주는 대가로 소비국들에 반(反)이스라엘 정책을 요구했다. 천연자원으로만 여기던 에너지가 국가 안보로 직결된다는 것을 세계가 실감한 순간이다. 최근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사례를 전 세계가 목격하면서 다시 한번 에너지 분쟁과 영토 분쟁이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이 개별 국가의 안보는 물론 국제 안보를 유지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간접 경험했다.
이처럼 에너지가 안정적이고 합리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국가의 안전보장과 결부된다는 인식을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라고 한다. 한국은 해외 에너지 의존도가 96%에 달한다. 이 중 석유와 가스 수입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석유의 대부분(80% 이상)을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중동 지역 산유국들에 의존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더욱이 한국의 주요 산업분야인 화학, 정유, 철강 등은 에너지 소비가 많아 에너지 수급 여하에 따라 경제는 물론 자주권과 외교권까지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한·중·일 3국 관계의 틀까지 크게 흔들 수도 있다.
최근 부상하는 중국의 천문학적인 에너지 수요 증대와 이에 따른 막대한 에너지 수입으로 앞으로 세계적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석유 수입 비중을 줄일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석유 수입을 줄여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석유 비중이 낮아지는 대신 석탄과 천연가스 수입이 늘게 되고, 이들 또한 안정적으로 공급 가능한 에너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등 청정에너지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신재생에너지의 낮은 에너지 효율을 보완할 방안을 찾지 못했다. 여름만 되면 전력 대란이 일어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해외 석유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으려면 원자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에너지는 국력과도 직결된다. 단순히 자원 부족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안보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에너지 안보를 지켜야 한다.
남궁영 < 한국외국어대 정치행정언론대학원장·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 youngnk@hufs.ac.kr >
이들 젊은 세대는 한국이 먹을 것이 없어 세계식량계획(WFP)으로부터 원조를 받았다는 사실도, 배고픔의 고통도 잘 모를 것이다.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뤄 오늘날 한국에 먹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한국이 현재는 먹거리가 풍족하더라도 실상은 식량 자급률이 매우 낮아 2008년과 같은 세계적 식량 폭동이 일어나면 전 국민이 과거 보릿고개처럼 굶주려야 하는 위기를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문제도 마찬가지다. 눈부신 기술과 경제 발전 덕분에 요즘은 어딜 가나 밝은 불빛과 전자기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에너지 자급률이 낮기 때문에 에너지 공급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국가적 재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실제로 1973년 10월 아랍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1차 석유파동으로 번지면서 배럴당 2.5달러였던 국제유가가 11.6달러까지 치솟았다.
아랍 산유국들은 석유를 주는 대가로 소비국들에 반(反)이스라엘 정책을 요구했다. 천연자원으로만 여기던 에너지가 국가 안보로 직결된다는 것을 세계가 실감한 순간이다. 최근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사례를 전 세계가 목격하면서 다시 한번 에너지 분쟁과 영토 분쟁이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이 개별 국가의 안보는 물론 국제 안보를 유지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간접 경험했다.
이처럼 에너지가 안정적이고 합리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국가의 안전보장과 결부된다는 인식을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라고 한다. 한국은 해외 에너지 의존도가 96%에 달한다. 이 중 석유와 가스 수입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석유의 대부분(80% 이상)을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중동 지역 산유국들에 의존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더욱이 한국의 주요 산업분야인 화학, 정유, 철강 등은 에너지 소비가 많아 에너지 수급 여하에 따라 경제는 물론 자주권과 외교권까지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한·중·일 3국 관계의 틀까지 크게 흔들 수도 있다.
최근 부상하는 중국의 천문학적인 에너지 수요 증대와 이에 따른 막대한 에너지 수입으로 앞으로 세계적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석유 수입 비중을 줄일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석유 수입을 줄여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석유 비중이 낮아지는 대신 석탄과 천연가스 수입이 늘게 되고, 이들 또한 안정적으로 공급 가능한 에너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등 청정에너지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신재생에너지의 낮은 에너지 효율을 보완할 방안을 찾지 못했다. 여름만 되면 전력 대란이 일어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해외 석유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으려면 원자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에너지는 국력과도 직결된다. 단순히 자원 부족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안보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에너지 안보를 지켜야 한다.
남궁영 < 한국외국어대 정치행정언론대학원장·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 youngnk@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