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부지 예정가 미공개…최고價도 낙찰 못 받을 가능성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땅’ 한국전력 본사 부지 입찰 마감이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전이 입찰 최저가를 밝히지 않아 ‘깜깜이 입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전은 지난달 29일 삼성동 본사 부지 매각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내면서 감정평가액(3조3346억원)만 공개하고 입찰 최저가(예정가격)는 밝히지 않았다. 예정 가격은 이미 공개된 감정가격에다 추가로 감안해야 할 시장가치, 입찰 경쟁상황 등을 반영해 한전 내부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한전은 일반 경쟁입찰 방식으로 2곳 이상의 응찰자 가운데 최고 가격을 써낸 곳을 낙찰자로 선정할 계획이다. 입찰 마감일은 17일 오후 4시이며, 한전은 최고가격을 써낸 입찰자를 18일 오전 10시까지 선정한다.

문제는 예정가격이 공개되지 않다 보니 최고가를 써내도 낙찰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고가를 써내도 한전 내부에서 정한 예정가격에 못 미치면 유찰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입찰방식이 땅값 인상을 부추긴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전이 예정가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시의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을 근거로 매각 가격 극대화에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정가격은 어떤 산출방식이 있는 게 아니라 한전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며 “한전이 입찰 경쟁상황 등을 감안해 예정가를 끝까지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전 부지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그룹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관계자는 “국가를 당사자로 한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예정가는 밝힐 수 없게 돼 있다”며 “입찰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예정가가 아니라 얼마나 강력한 의지가 있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