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성공한 현대글로비스가 이르면 이달 말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북극항로 상업 운항에 나선다.

또 2017년부터 북극항로를 통해 러시아 가스회사 노바텍의 천연가스를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0일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와 정부, SK에너지는 지난 2일 북극항로 상업 운항을 위한 실무협의를 하고, 이 같은 내용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와 현대글로비스는 이달 말 출항을 목표로 구체적인 화물 운송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SK에너지가 수입하는 벙커C유 10만t을 유럽에서 울산항으로 실어나를 예정이다.

출발지는 러시아 우스트루가항 또는 에스토니아의 탈린항이 유력하다. 내빙(耐氷)선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스웨덴 물류회사인 스테나해운에서 배를 빌려 운항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이와 함께 2017년부터 러시아 가스회사 노바텍이 생산하는 천연가스를 북극항로를 통해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북극항로 운항에 쓰이는 내빙선을 건조 또는 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9~10월 여천NCC가 수입하는 나프타 4만4000t을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에서 광양항까지 실어나르는 시범운항에 성공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마땅한 화주가 나타나지 않아 사업 진행에 차질이 있었다. 화주들이 북극항로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선뜻 나서지 않는 분위기였다.

화주인 SK에너지 측도 북극해의 기상 여건 악화 등으로 이번 상업운항 참여에 난색을 보였다. 그러나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책사업을 도와야 한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결단이 막판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전언이다. 해수부도 올해 북극항로 활성화를 위한 지원 협의체를 구성, 선박의 항만시설 사용료 감면 등을 약속하며 물밑 지원에 나섰다.

현대글로비스의 이 같은 움직임에는 중국 일본 등 경쟁국보다 먼저 북극항로에 진출해 각종 노하우를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일본 미쓰이상선은 2018년부터 북극항로로 야말반도의 천연가스 정기 운송을 시작한다고 지난 7월 발표했는데 현대글로비스가 이보다 1년 앞서 나가는 것이다.

‘야말 프로젝트’는 러시아 서쪽 야말로네네츠자치구 야말반도의 ‘사우스탐베이’ 가스전에 매장된 1조2500억㎥의 천연가스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러시아 최대 민영 가스기업 노바텍과 프랑스 토탈, 중국 석유천연가스그룹(CNPC)은 연간 1650만씩 생산될 천연가스를 북극항로로 운송할 예정이다. 또 캐나다 북부지역 광산이 개발되면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에너지 수송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정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러시아 야말반도의 천연가스 채굴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가스나 시추 장비 운송 등의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보다 1년 앞서 정기 운항을 시작하는 만큼 기술 확보와 전문인력 양성도 한발 앞서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