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외환은행 노동조합 내부에서 “경영진과 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처음으로 일반 조합원이 노조에 사측과의 대화를 요구한 것이어서 ‘대화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노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외환은행 부산·경남영업본부와 대구·경북영업본부의 노동조합 지회장·분회장 전원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5일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노동조합이 직원들을 사지(死地)로 내몰았다”며 “직원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당장 경영진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3일 노동조합이 강행한 임시 조합원총회와 관련, 사측이 참석자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가자 노조 내부에서 집행부를 성토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조금만 이성적으로 판단해 보면 이런 결과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노조는 끝까지 무리하게 집회를 열었다”며 “직원들을 조금이라도 위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집회 전부터 직원 징계에 대비했어야 함에도 노조 집행부는 막연하고 답답한 성명서만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노조에서는 ‘마지막 투쟁이다’ ‘함께하면 할 수 있다’는 등 조합원을 선동했지만 오전 9시부터 열린 조합원총회에 노조 간부들은 오후 2시가 넘도록 참석하지 않았고 (참석한)조합원들은 눈물을 흘리며 영업점에 복귀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글을 올린 후 맡고 있던 노조 직책에서 일괄 사퇴했다.

지난 3일 노조가 강행한 임시조합원총회에는 부산·울산·경남 조합원을 중심으로 700여명이 참석했다. 약 6000명인 전체 조합원의 10분의 1을 조금 넘는 숫자다. 결국 이날 총회는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