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횃불 시위 > 스페인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카탈루냐 자치주 시민들이 10일(현지시간) 주도 바르셀로나 도심 광장에서 횃불 시위를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AP연합뉴스
< 횃불 시위 > 스페인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카탈루냐 자치주 시민들이 10일(현지시간) 주도 바르셀로나 도심 광장에서 횃불 시위를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AP연합뉴스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가 다가오면서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주도 들썩이고 있다. 카탈루냐 국경일을 하루 앞둔 10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 등 카탈루냐 주요 도시의 분리 독립 지지자들은 도심으로 몰려나와 횃불 행진을 벌였다. 마르투르 마스 카탈루냐 주지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스코틀랜드의 독립이 결정되면 카탈루냐 분리 독립운동도 한층 탄력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탈루냐 분리 독립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는 현재 불법이다. 스페인 헌법재판소가 지난 3월 주민투표를 위헌으로 판결한 데 이어 4월에는 의회가 주민투표 청원을 부결시켰다. 하지만 카탈루냐 자치주는 이와 관계없이 오는 11월9일로 예정된 주민 투표를 강행하기로 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동북부 지방 자치주로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곳이다. 스페인 인구 4670만명 중 16%인 750만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한다. 실업률은 20%로 스페인 전체 실업률(24%)보다 낮다. 1인당 GDP는 지난해 기준 2만6666유로로 스페인(2만2279유로)보다 높다. FT는 “스코틀랜드 없는 영국은 여전히 영국이겠지만 카탈루냐 없는 스페인은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탈루냐 주민이 독립을 외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그들은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 자치주에 과도한 세금을 매기는 반면 자치권과 역사, 문화 등에 대해 합당한 대우를 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카탈루냐는 중세시대부터 광범위한 자치를 누렸지만 15세기 말 스페인 왕국이 통일된 뒤 지위를 서서히 잃었다. 왕위계승 전쟁에서 승자가 된 펠리페 5세의 반대편에 섰다가 1714년 패하면서 스페인에 완전히 복속됐다. 하지만 탄탄한 상공업과 관광산업을 앞세워 경제를 발전시켰고, 지금도 카탈루냐어를 스페인어와 함께 쓰는 등 독립적인 문화를 지키고 있다. 왕정에 대한 인식 차이도 크다. 카탈루냐와 북부 바스크 지방은 스페인 왕정 폐지를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카탈루냐 지역의 극단적인 분리주의자들은 단순한 독립을 넘어 중세시대 카탈루냐의 광범위했던 영토까지 완전히 되찾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