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주요은행 첫 여성 회장
'2% 지분' 보틴家 4대째 경영권
산탄데르은행은 10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고 아나 보틴을 신임 회장으로 임명하는 안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주요 은행에서 여성 회장이 탄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나 보틴은 1989년 은행에 입사한 후 주요 보직을 맡았고, 2010년 산탄데르 영국 법인을 이끌며 은행 전체 수익의 20%를 담당했다. 스페인이 유로존 재정위기로 휘청대던 2012년 은행의 정상화에 기여하면서 경영 능력을 검증받았다.
아나 보틴은 회장 지명 후 발표한 성명에서 “나와 가족에게는 어려운 시기이지만 이사회가 보여준 신뢰와 믿음에 감사하며 새로운 역할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산탄데르가 보틴 가문과의 인연을 끊고 글로벌 은행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도 내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단 2%의 지분만으로 보틴 가문은 4대째 산탄데르의 경영권을 쥐고 있다”며 “인수합병(M&A)으로 흐지부지된 은행의 장기 전략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에밀리오 보틴 회장은 지난 9일 심장마비로 79세에 사망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때 공격적인 M&A 전략으로 지방은행에 불과하던 산탄데르를 시가총액 기준 유로존 최대 은행으로 성장시켰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