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전문가가 되는 길, 협상경험은 도움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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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카페
일반적인 협상가들
경험으로부터의 배움 '소홀'
협상 끝나면 결과정리하고
검토하는 과정 습관화해야
일반적인 협상가들
경험으로부터의 배움 '소홀'
협상 끝나면 결과정리하고
검토하는 과정 습관화해야
협상 전문가 50명에게 물었다. 유능한 협상가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여러분도 함께 다음 6가지 중에서 골라 보자. 협상 경험, 감정통제능력, 판단력, 준비, 업무 지식, 경청.
정답은 준비하는 자세라고 한다. 그렇다면 위 6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하지 않은 것을 고른다면? 전문가들은 협상 경험이라고 대답했다. 위의 질문은 안세영 교수의 도서 ‘글로벌 협상전략’에 나온 한 부분을 정리한 것이다. 책에 더 자세한 설명이 없다보니 여기에서 궁금한 점이 생긴다. 경험을 많이 하면 많은 교훈을 얻게 되지 않을까. 교훈을 얻게 되면 다음 협상에서 협상에 도움이 될 텐데 왜 전문가들은 협상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협상 경험은 정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사실 경영학에서 제시하는 많은 이론이 남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정리한 것들이다. 협상도 이와 다르지 않아 많은 사례를 보면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자신이 경험한 내용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무슨 소리일까.
하버드대의 디팩 멜호트라와 맥스 베이저먼 교수는 저서 ‘협상천재’에서 흥미로운 분석을 제공한다. 일반적인 협상가들은 협상을 하고 나서 그 경험을 살릴 수 있는 검토를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다음 번 협상에 임하면 ‘지난 번에 그랬던 것 같은데’라는 어렴풋한 기억만으로 협상을 하기 때문에 이전의 협상으로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향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협상 경험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면 매번 협상을 마치고 나서 협상 결과에 대해 정리해 보고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협상이 끝날 때마다 결과를 검토하되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 경험을 비교해 검토하는 것이 좋다. 각각의 경험을 따로따로 보면 해당 상황의 표면적인 요소에만 초점이 맞춰져 피상적인 교훈만 얻게 된다. 또 실제 그 요인이 도움이 됐는지를 검증하기도 어렵다. 이에 비해 서로 다른 경험을 비교하고 검토하면 구조적인 부분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유사점과 차이점 등에 대해 전체적인 관점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심리학자 제프리 뢰벤스타인, 리 톰슨, 데드레 겐트너는 흥미로운 실험을 해봤다. 이들은 참가자에게 같은 종류의 해결책을 가진 두 가지 복잡한 협상 문제를 제시했다. 참가자 절반에게는 두 가지 문제에서 얻은 교훈을 따로따로 설명해보라고 요구했다. 나머지 절반에게는 두 문제가 연관돼 있는 방식과 두 문제가 공통적으로 지닌 교훈에 대해 설명해보라는 요구를 했다. 그 결과 두 문제를 비교하라는 요청을 받은 그룹이 이후 비슷한 문제들을 극복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됐음을 발견했다.
두 번째로 유의할 점은 협상 경험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상황이 아니라 원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겪었던 일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다 보니 상황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상황에 초점을 맞추면 새로운 것을 배우기가 쉽지 않다. 상황은 매번 달라지니 협상 경험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해당 경험이 주는 구조적인 측면과 개념적인 측면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때 협상과 관련한 서적을 활용하거나 강의를 듣는 등의 방법으로 체계화된 이론이나 지식을 넣어주면 자신의 경험을 구조적으로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필자는 업무상 협상 경험에 대한 많은 인터뷰를 진행해 왔다. 인터뷰를 해 보면 나름대로 경험을 정리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확실히 경험을 통해 배운 게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그들 중에서도 다른 사람보다도 더 뛰어난 통찰을 가진 부류가 있다. 이들은 인터뷰할 때 시간순으로 자신의 경험을 줄줄 이야기하면서도 잘한 점과 부족한 점을 쉽게 이해하도록 정리해 전달해 준다. 이들의 전달이 확실히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은 바로 구조적인 측면에서 개념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을 재해석해 전달했기 때문이다.
협상을 잘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난 실패의 경험에서 배워라. 배울 때는 가능한 여러 가지 경험을 비교하고 검토하는 방식을 써라. 또 비교하고 검토할 때는 상황이 아닌 원리를 적용하라.
이계평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
정답은 준비하는 자세라고 한다. 그렇다면 위 6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하지 않은 것을 고른다면? 전문가들은 협상 경험이라고 대답했다. 위의 질문은 안세영 교수의 도서 ‘글로벌 협상전략’에 나온 한 부분을 정리한 것이다. 책에 더 자세한 설명이 없다보니 여기에서 궁금한 점이 생긴다. 경험을 많이 하면 많은 교훈을 얻게 되지 않을까. 교훈을 얻게 되면 다음 협상에서 협상에 도움이 될 텐데 왜 전문가들은 협상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협상 경험은 정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사실 경영학에서 제시하는 많은 이론이 남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정리한 것들이다. 협상도 이와 다르지 않아 많은 사례를 보면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자신이 경험한 내용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무슨 소리일까.
하버드대의 디팩 멜호트라와 맥스 베이저먼 교수는 저서 ‘협상천재’에서 흥미로운 분석을 제공한다. 일반적인 협상가들은 협상을 하고 나서 그 경험을 살릴 수 있는 검토를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다음 번 협상에 임하면 ‘지난 번에 그랬던 것 같은데’라는 어렴풋한 기억만으로 협상을 하기 때문에 이전의 협상으로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향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협상 경험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면 매번 협상을 마치고 나서 협상 결과에 대해 정리해 보고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협상이 끝날 때마다 결과를 검토하되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 경험을 비교해 검토하는 것이 좋다. 각각의 경험을 따로따로 보면 해당 상황의 표면적인 요소에만 초점이 맞춰져 피상적인 교훈만 얻게 된다. 또 실제 그 요인이 도움이 됐는지를 검증하기도 어렵다. 이에 비해 서로 다른 경험을 비교하고 검토하면 구조적인 부분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유사점과 차이점 등에 대해 전체적인 관점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심리학자 제프리 뢰벤스타인, 리 톰슨, 데드레 겐트너는 흥미로운 실험을 해봤다. 이들은 참가자에게 같은 종류의 해결책을 가진 두 가지 복잡한 협상 문제를 제시했다. 참가자 절반에게는 두 가지 문제에서 얻은 교훈을 따로따로 설명해보라고 요구했다. 나머지 절반에게는 두 문제가 연관돼 있는 방식과 두 문제가 공통적으로 지닌 교훈에 대해 설명해보라는 요구를 했다. 그 결과 두 문제를 비교하라는 요청을 받은 그룹이 이후 비슷한 문제들을 극복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됐음을 발견했다.
두 번째로 유의할 점은 협상 경험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상황이 아니라 원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겪었던 일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다 보니 상황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상황에 초점을 맞추면 새로운 것을 배우기가 쉽지 않다. 상황은 매번 달라지니 협상 경험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해당 경험이 주는 구조적인 측면과 개념적인 측면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때 협상과 관련한 서적을 활용하거나 강의를 듣는 등의 방법으로 체계화된 이론이나 지식을 넣어주면 자신의 경험을 구조적으로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필자는 업무상 협상 경험에 대한 많은 인터뷰를 진행해 왔다. 인터뷰를 해 보면 나름대로 경험을 정리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확실히 경험을 통해 배운 게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그들 중에서도 다른 사람보다도 더 뛰어난 통찰을 가진 부류가 있다. 이들은 인터뷰할 때 시간순으로 자신의 경험을 줄줄 이야기하면서도 잘한 점과 부족한 점을 쉽게 이해하도록 정리해 전달해 준다. 이들의 전달이 확실히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은 바로 구조적인 측면에서 개념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을 재해석해 전달했기 때문이다.
협상을 잘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난 실패의 경험에서 배워라. 배울 때는 가능한 여러 가지 경험을 비교하고 검토하는 방식을 써라. 또 비교하고 검토할 때는 상황이 아닌 원리를 적용하라.
이계평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