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화학 분야 발빠른 진출…전기車 궤도 오르면 성장 '날개'
LG화학을 포함한 국내 화학업종 지수는 2011년을 고점으로 3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초호황을 겪은 뒤의 일이라 충격도 크다. 셰일가스가 가져온 에너지 산업의 변화도 위기 요인이다. 하지만 LG화학은 이 위기를 뚫고 갈 만한 저력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위기 시 담금질은 기업을 더 강하게 만드는 법이다.

미국, 중국발 위기는 기회될 수 있어

2009~2011년은 한국 화학 업체들에 유례없는 호황기였다. 중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화학 제품 수요가 급증했다. LG화학 등의 대(對)중국 수출은 상향 곡선을 한없이 그릴 것 같았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중국은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고, 과잉 공급이 우려되는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중국 수출이 급격히 위축된 배경이다.

중국 요인 말고도 국내 화학 업체들이 겪어야 할 위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이 가장 큰 위협 요인이다. 미국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셰일가스를 본격적으로 개발하면서 현지 화학 업체들의 원가 경쟁력이 높아지자 2017~2018년에 가동할 목적으로 셰일가스를 이용한 에탄 크래커(분해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 역시 넘쳐나는 석탄 자원을 활용해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한마디로 원가 경쟁력면에서 미국과 중국이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는 얘기다. 중장기적으로 납사 기반의 한국 화학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전략 변화를 해야 할 시점이다.

과거 일본 업체들의 사례를 보면 엔고(高)와 내수 위축으로 범용 화학업체들은 경쟁력을 잃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고부가가치 화학 산업(전자재료 등)으로 진출한 업체들은 이후 한국 및 대만에서 정보기술(IT) 산업이 성장할 때 고성장, 고수익성을 향유했다. LG화학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화학 산업의 위기를 가장 잘 헤쳐나갈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업체로 판단된다.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 업황 하락을 견딜 수 있는 재무적 안정성, 지속적인 R&D 투자 및 실행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등 선투자 효과 나타날 것

실제로 LG화학은 2000년 이후 편광판, 2차전지 배터리 등 비(非)화학사업에 진출한 덕에 세계 1~2위급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한국의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산업이 성장하면서 사업 기회가 많아졌고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들과의 원활한 협력도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LG화학의 자체적인 R&D 능력, 시의 적절한 투자 및 실행 능력 역시 중요한 성공 요인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단기적으로도 중국의 구조조정으로 한국 화학 업체들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지만, LG화학은 그중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매출 구조가 다각화돼 있고 고가 제품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2~3년 후에는 LG화학의 경쟁력이 더 부각될 전망이다. 아직 매출 비중이 크지 않지만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부문은 2015년 이후 본격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전기차는 초기에는 높은 가격과 짧은 주행 거리,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판매가 예상보다 적었다. 그러나 미국 테슬라의 성공으로 전기차 시장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애플 아이폰과 같은 ‘나비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LG화학의 주요 고객사인 GM의 경우 1세대 모델과 비교해 성능과 가격을 크게 개선한 2세대 모델을 개발해 2015~2016년께 출시할 예정이다. 과거에는 전기차 모델 출시에 미온적이었던 유럽 자동차 업체들도 환경 규제 강화와 미국과 일본 업체들에 시장이 잠식당할 것이란 우려로 전기차 모델을 대거 내놓을 계획이다.

GM ‘볼트’를 시작으로 1세대 전기차에 납품해 본 경력이 있는 LG화학은 이런 전기차 시장 성장으로부터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된다. 이미 대규모의 생산 설비와 수출 실적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2016년 출시 예정인 신규 전기차 모델에 대한 공급 협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매출은 올해 5000억~6000억원에서 내년 1조원, 2016년 1조원 후반대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 속도는 2016년 이후에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맞춰 LG화학은 중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결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준비에 나서고 있다.

非화학 분야 발빠른 진출…전기車 궤도 오르면 성장 '날개'
화학 부문에서는 고부가 제품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달 LG화학은 석유화학 사업의 불황을 뛰어넘기 위해 기술 기반 사업을 강화하고, 미래 신소재 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 고흡수성수지(SAP), 합성고무 등 기술 기반 석유화학 사업 분야의 매출을 현재 2조원대에서 2018년까지 4조5000억원대로 육성하고, 미국 수처리 업체를 인수하는 등 신소재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투자는 재무적 안정성과 규모의 경제, R&D를 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춘 LG화학이기에 가능한 투자다. 한국 화학 산업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도 기회를 만들어 온 한국 화학 업체의 저력을 LG화학이 보여주길 기대한다.

박연주 < KDB대우증권 연구원 yeonju.park@dwse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