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선수층이 워낙 두껍다 보니 고교생이 태극마크를 달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여고생 태권도 스타들은 심심찮게 나왔지만 남자부에서는 대학, 실업의 쟁쟁한 선배들 벽에 가로막혀 고교생 국가대표는 드물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태권도 대표 12명 중에서는 남자 63㎏급 금메달을 딴 이대훈(용인대)이 유일한 고교생이었다.

올해 인천 아시안게임 태권도 국가대표에는 남녀부 한 명씩의 고교생이 이름을 올렸다.

남자 74㎏급에 출전하는 송영건(청주공고)과 여자 62㎏급에 나서는 이다빈(효정고)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1996년생으로 현재 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대표팀 막내인 송영건과 이다빈은 12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태권도 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선전을 다짐했다.

송영건은 이다빈이 워낙 태권도를 잘해서 대표팀에 발탁되기 전에도 이름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둘은 선수촌에서 4개월 가까이 막내로서 함께 지내면서 이제는 서로 의지하는 좋은 친구가 됐다.

송영건은 이번 아시안게임이 처음 출전하는 국제대회다.

그는 지난 7월 국가대표로 최종 선발됐을 때 '내가 1등한 것이 맞나'하고 다음날까지도 실감 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경험이 부족한 것이 걸리지만 경쟁자들에게는 전력 노출이 안 된 '비밀병기'라는 긍정적 요소도 있다.

이다빈은 지난해 주니어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올해 코리아오픈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송영건보다는 국제대회 경험이 많다.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개막 직전 왼 정강이를 다쳐 훈련을 제대로 못한 탓에 8강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제 기량만 발휘한다면 금메달도 노려볼만하는 게 대표팀 코치진의 평가다.

수영선수 출신의 아버지를 비롯해 운동을 한 가족, 친지가 많다는 송영건은 "주요 경쟁자들의 경기 영상을 보면서 분석하고 있다"면서 "이번 대회 목표는 1등"이라고 말했다.

이다빈도 "최고의 성적을 내겠다"는 말로 금메달 욕심을 드러냈다.

이다빈은 또 한국 태권도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2연패를 이룬 황경선(고양시청)을 존경하는 인물로 꼽으면서 "한번쯤 넘어보고 싶은 산"이라고 덧붙였다.

송영건과 이다빈은 서로에게 응원메시지도 전했다.

이다빈이 송영건에게 "서로 의지할 사람이 너랑 나밖에 없는데 함께 좋은 성적을 내서 금목걸이 걸자"고 말한 뒤 쑥스러워하자 송영건이 "훈련 등 힘든 과정을 밟아왔으니 꼭 금메달로 보상받자"고 화답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