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 이어준 실크로드 정신, 도시 협력으로 되살리겠다"
“진정한 실크로드 정신은 국가가 아닌 시민, 경쟁이 아닌 상호협력입니다.”

지난 3일부터 사흘간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시에서 열린 ‘실크로드 메이어스 포럼(SRMF)’을 주관한 곽영훈 세계시민기구(WCO) 의장(71·사진)은 “2000년 전부터 동·서양의 교류의 장이었던 실크로드는 앞으로도 세계시민의 다양성과 공존을 이끄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WCO와 유엔개발계획(UNDP)의 한 사업으로 출발한 SRMF는 작년 여수시에서 개최된 데 이어 올해로 9회째를 맞았다. 이번 포럼에는 25개국 48개 도시 시장과 부시장 등 600여명의 대표단이 참석해 실크로드 권역 도시들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을 협의했다.

중국 CCTV는 이번 포럼에 대해 “실크로드 도시 간 교통 무역 투자 취업 인문 등 다양한 방면에서 교류를 강화하고 실크로드 경제권 건설에 협력하는 내용의 ‘우루무치 선언’을 도출했다”고 보도했다.

홍익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를 지낸 곽 의장은 도시계획 전문가로 유명세를 떨쳤다. 인천국제공항, 88올림픽공원, 이집트 시나이반도 과학 문명도시, 네팔 룸비니 세계평화시 개발 등 굵직한 국내외 프로젝트가 그의 손을 거쳤다.

그런 그가 비정부기구(NGO)인 WCO를 결성해 매년 실크로드 행사를 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곽 의장은 “도시계획을 위해 세계 각국의 도시를 방문하면서 국가 간 갈등으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을 목격했다”며 “국적과 민족은 달라도 시민이라는 개념 안에서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과 외교라는 제약에서 벗어난 도시 중심의 교류 협력은 국가적 차원의 협력에 비해 훨씬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도시 중심의 국제협력’이라는 그의 구상은 유엔과 프랑스 터키 호주 중국 등 다양한 국가 지도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해 WCO는 2005년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를 시작으로 매년 실크로드 권역의 주요 도시를 돌며 SRMF를 열고 있다.

곽 의장은 고대 실크로드를 통해 세계시민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라시대 혜초 스님이 걸었던 실크로드에선 인종과 국적은 중요하지 않았다”며 “실크로드에는 과거부터 교류를 통해 평화와 공존을 추구하는 세계시민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에는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던 터키 부르사에서 제10회 SRMF를 열 계획”이라며 “실크로드 권역의 대학생에게 참여의 장을 열어주는 ‘실크로드 대학 네트워크’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루무치=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