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웬디, 슬기, 아이린, 조이.
왼쪽부터 웬디, 슬기, 아이린, 조이.
“저희를 빨리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무대에서 팬들의 환호를 들으니 굉장히 설랬어요.”(슬기)

수많은 가수 지망생에게 ‘데뷔’는 그 자체로 꿈이다. 이날을 위해 수년씩 연습생이란 신분으로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데뷔하더라도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한 곡만 남기고 사라진 가수가 얼마나 많은가.

그런 점에서 이들은 데뷔곡 제목처럼 ‘행복’할 만하다. SM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신인 4인조 걸그룹 ‘레드벨벳’ 이야기다. 아이린, 웬디, 슬기, 조이로 구성된 레드벨벳은 SM이 에프엑스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걸그룹이다. 지난달 초 디지털 싱글 ‘행복’으로 데뷔했다. 공개 직후 주요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들이 최근 한국경제신문을 방문했다.

레드벨벳 멤버들도 데뷔하기까지 긴 시간을 보냈다. 슬기는 7년, 아이린 5년, 웬디와 조이는 2년씩 연습생 생활을 거쳤다. “데뷔 전날에는 많이 떨려서 말 한마디만 해도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어요. 하지만 막상 팬들 앞에 서서 저희 노래를 들려주니 정말 행복했어요. 오히려 무대를 즐긴 것 같아요.”(조이)

데뷔했다는 사실을 실감한 것은 이날 저녁 숙소로 복귀한 뒤였다고 했다. 여느 때처럼 이동식 전등을 제외한 집안의 모든 불을 끄고 ‘5분 토크’를 통해 기쁨을 나눴다. 맏언니이자 리더인 아이린은 1주일에 한 번씩 5분 정도 멤버 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요. 벌써 시작한 지 1년이 넘었어요. 서로 모니터링도 해주고 고마운 점, 섭섭한 점도 이야기하죠.”(아이린) ‘5분 토크’지만 대화하는 시간은 보통 2시간을 훌쩍 넘긴다고 했다.

한국 가요계에서 ‘SM 소속’이라는 것은 많은 의미를 지닌다.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을 받으며 데뷔할 수 있고 연습생 시절부터 팬덤이 생기기도 한다. 부담도 크다. ‘SES’부터 ‘소녀시대’ ‘에프엑스’ 등 선배 그룹과 직접적으로 비교되기 때문이다. “선배들은 그들만의 뚜렷한 색이 있죠. 저희도 ‘레드벨벳’만의 색이 있다고 생각해요. 강렬하고 매혹적인 색 ‘레드’와 부드러운 느낌의 ‘벨벳’이 합쳐진 팀명처럼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감각적인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요. 부담이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이겨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조이)

선배들의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 보아, 창민(동방신기), 티파니(소녀시대) 등 많은 선배가 조언을 건넸다고 했다. “공통적으로 세 가지 조언을 해주셨어요. 초심을 잃지 말아라, 무대에서 즐겨라, 그리고 누구를 만나든 인사를 잘하라는 것이었죠.”(아이린)

출발선에 선 이들이 꿈꾸는 ‘행복’은 무엇일까. “자라면서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음악을 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사람이 저희 음악을 듣고 감정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웬디) “저희 모두 누군가를 보면서 꿈을 키워왔어요. 저희 팀도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슬기)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