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경제 관련 발언을 자주 내놓고 있다. 엊그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정건전성을 놓고 최경환 부총리와 설전을 벌였다고도 한다. 국가채무가 GDP의 30%대로 안정적이란 최 부총리의 설명에 김 대표는 “공기업 부채는 왜 빼느냐”며 조목조목 따졌다는 것이다. ‘정부 실세’ 최 부총리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해 ‘여의도 실세’ 김 대표가 균형재정을 내세워 제동을 건 셈이다.

앞서 지난달 20일 관훈클럽 초청토론에선 증세론을 꺼내 논쟁에 불을 지폈다. 김 대표는 “세금 없는 복지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낮은 조세부담률을 지적했다. 이달 초 한국노총을 방문해서는 재정 확대만으론 경제를 살릴 수 없다며 노사가 서로 양보하는 타협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발언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렇게 틀린 말이 없다. 세수가 구멍났는데 재정을 마냥 푸는 것도 문제이고, 증세 불가라면서 주민세, 담뱃세 인상을 추진하는 것도 떳떳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언제부터 그렇게 훈수를 두기 시작했는지 의아하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김 대표가 “피케티의 주장(상위 1%의 부자에게 소득세 80% 중과)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은 실로 납득하기 어렵다. 야권 주장대로 대기업과 고소득층 부자증세를 하자는 말인지, 프랑스 사회당을 흉내내자는 것인지 궁금하다. 지식이 꿰어 있지 않다는 느낌만 준다.

더구나 김 대표가 지금까지 보여준 것이라고는 철도노조의 무리한 파업에 퇴로를 열어준 것밖에 없다. 집권여당 대표라면 일하는 데 앞장서야지 정부 일에 훈수만 두는 것처럼 비쳐서는 곤란하다. 혹여 청와대에 각을 세워 존재를 증명할 생각이라면 더욱 그렇다. 정치가 엉망인 상황에 먼저 책임의식을 느끼는 것이 여당 대표의 마음가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