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나한테~" 얕봤는데, 입원율 1위라니…폐렴의 공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유럽호흡기학회(ERS), 폐렴구균 집중진단
최근 세계 의학계는 ‘폐렴구균 백신’에 주목하고 있다. 그 어떤 감염질환보다 입원 사망률이 높다는 폐렴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지난 6~10일 독일 뮌헨 ICM전시장에서 열린 ‘2014 유럽호흡기학회(ERS)’에 참석한 세계적인 의료 전문가들은 폐렴구균 백신의 효능과 적응증 확대에 눈과 귀를 모았다. 세계 최대 학술대회라는 명성에 걸맞게 2만 5000여명의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새로운 폐렴구균 백신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폐렴구균이 일으키는 질환과 이에 대응한 백신의 발전상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헬시에이징의 최대 적, 폐렴
이번 학회에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가 의료 인프라와 시스템에 중대한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감염질환이 건강하게 나이 들고자 하는 ‘헬시에이징(Healthy Ageing)’의 최대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감염질환 중 폐렴에 주목했다.
프란치스코 블라시 밀라노대학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렴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면역력이 약한 65세 이상 노인의 사망원인 1위”라면서 “지난해 WHO는 백신으로 사전 예방이 가능한 사망요인 1위로 지목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폐렴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통계청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폐렴으로 사망하는 한국인은 인구 10만명당 20.5명으로 전체 사망원인 중 6위였다. 2000년에 주요 사망원인 10위였던 것에 비하면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학회에 참석한 유광하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폐렴 사망률은 유방암·대장암·교통사고보다 높다”며 “특히 50대 이상 성인에게는 폐렴이 감염질환에 의한 사망원인 1위, 입원률 1위(지난해 23만 2000여명)인데, 초고령사회를 맞아 폐렴 환자는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의료비도 많이 든다. 최근 전국 11개 대학병원의 50세 이상 폐렴환자 693명의 의료비를 조사한 결과, 폐렴에 걸린 환자의 1인당 치료비는 226만 4560원으로 당뇨병, 노년 백내장의 의료비보다 많았다. ◆만성질환자, 백신 맞아야
50대 이상 성인에게서 폐렴과 같은 감염질환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이유는 만성질환 때문이다.
김동규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폐렴구균 질환의 위험이 건강한 일반성인에 비해 3배나 높다”며 “항성제 처방이 많은 국내 의료 현실상 만성질환자가 폐렴에 걸릴 확률이 높은데다, 폐렴 치료에 쓰이는 초기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사례도 많아 백신 접종으로 사전 예방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이 가장 심한 폐렴구균이 국내에서 발견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에 의한 사전 예방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시판되는 폐렴구균 백신은 ‘다당질백신(PPV)’과 ‘단백접합백신(PCV)’ 등 두가지다. PPV는 폐렴구균의 피막 다당질을 원료로 만들어 백신 개발 초기부터 사용해왔다. 새로 개발된 단백접합백신은 다당질백신의 다당질 항원에 단백질 운반체를 결합한 방식으로 세균에 대한 면역반응과 면역기억력을 크게 높였다.
학회 참가자들은 단백접합백신인 ‘프리베나13(화이자)’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현재 프리베나는 폐렴구균의 13개 혈청형이 일으키는 폐렴을 예방할 수 있는 단계까지 진화한 상태다. 이 백신은 단 1회 접종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수는 “프리베나13을 접종한 65세 이상 노인 8만5000명을 대상으로 폐렴 예방 효과를 증명하는 임상시험이 지난 3월 유럽에서 완료됐다”며 “폐렴을 45% 감소시키고, 뇌수막염·패혈증 등 침습성 질환도 75% 가량 예방 효과를 보였다. 따라서 만성질환이 있는 성인층의 경우 단백접합 백신을 먼저 접종하고 두달 뒤 다당질백신을 맞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국내 예방 접종률 0.8% 불과
국내 폐렴구균 예방 접종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2010년 성인 폐렴구균 예방접종률은 0.8%로 미국(59.4%)·독일(31.4%)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이는 인플루엔자(독감) 예방백신 접종률 76%와 비교해서도 매우 낮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성인이 되면 예방 접종이 필요하지 않다는 잘못된 오해와 폐렴 예방 필요성에 대한 낮은 인식 수준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폐렴 고위험군인 당뇨병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나 노인층은 필수적으로 예방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며 “인플루엔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을 동시에 접종하면 인플루엔자의 주요한 2차 합병증인 폐렴 예방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뮌헨=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최근 세계 의학계는 ‘폐렴구균 백신’에 주목하고 있다. 그 어떤 감염질환보다 입원 사망률이 높다는 폐렴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지난 6~10일 독일 뮌헨 ICM전시장에서 열린 ‘2014 유럽호흡기학회(ERS)’에 참석한 세계적인 의료 전문가들은 폐렴구균 백신의 효능과 적응증 확대에 눈과 귀를 모았다. 세계 최대 학술대회라는 명성에 걸맞게 2만 5000여명의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새로운 폐렴구균 백신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폐렴구균이 일으키는 질환과 이에 대응한 백신의 발전상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헬시에이징의 최대 적, 폐렴
이번 학회에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가 의료 인프라와 시스템에 중대한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감염질환이 건강하게 나이 들고자 하는 ‘헬시에이징(Healthy Ageing)’의 최대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감염질환 중 폐렴에 주목했다.
프란치스코 블라시 밀라노대학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렴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면역력이 약한 65세 이상 노인의 사망원인 1위”라면서 “지난해 WHO는 백신으로 사전 예방이 가능한 사망요인 1위로 지목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폐렴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통계청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폐렴으로 사망하는 한국인은 인구 10만명당 20.5명으로 전체 사망원인 중 6위였다. 2000년에 주요 사망원인 10위였던 것에 비하면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학회에 참석한 유광하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폐렴 사망률은 유방암·대장암·교통사고보다 높다”며 “특히 50대 이상 성인에게는 폐렴이 감염질환에 의한 사망원인 1위, 입원률 1위(지난해 23만 2000여명)인데, 초고령사회를 맞아 폐렴 환자는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의료비도 많이 든다. 최근 전국 11개 대학병원의 50세 이상 폐렴환자 693명의 의료비를 조사한 결과, 폐렴에 걸린 환자의 1인당 치료비는 226만 4560원으로 당뇨병, 노년 백내장의 의료비보다 많았다. ◆만성질환자, 백신 맞아야
50대 이상 성인에게서 폐렴과 같은 감염질환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이유는 만성질환 때문이다.
김동규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폐렴구균 질환의 위험이 건강한 일반성인에 비해 3배나 높다”며 “항성제 처방이 많은 국내 의료 현실상 만성질환자가 폐렴에 걸릴 확률이 높은데다, 폐렴 치료에 쓰이는 초기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사례도 많아 백신 접종으로 사전 예방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이 가장 심한 폐렴구균이 국내에서 발견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에 의한 사전 예방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시판되는 폐렴구균 백신은 ‘다당질백신(PPV)’과 ‘단백접합백신(PCV)’ 등 두가지다. PPV는 폐렴구균의 피막 다당질을 원료로 만들어 백신 개발 초기부터 사용해왔다. 새로 개발된 단백접합백신은 다당질백신의 다당질 항원에 단백질 운반체를 결합한 방식으로 세균에 대한 면역반응과 면역기억력을 크게 높였다.
학회 참가자들은 단백접합백신인 ‘프리베나13(화이자)’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현재 프리베나는 폐렴구균의 13개 혈청형이 일으키는 폐렴을 예방할 수 있는 단계까지 진화한 상태다. 이 백신은 단 1회 접종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수는 “프리베나13을 접종한 65세 이상 노인 8만5000명을 대상으로 폐렴 예방 효과를 증명하는 임상시험이 지난 3월 유럽에서 완료됐다”며 “폐렴을 45% 감소시키고, 뇌수막염·패혈증 등 침습성 질환도 75% 가량 예방 효과를 보였다. 따라서 만성질환이 있는 성인층의 경우 단백접합 백신을 먼저 접종하고 두달 뒤 다당질백신을 맞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국내 예방 접종률 0.8% 불과
국내 폐렴구균 예방 접종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2010년 성인 폐렴구균 예방접종률은 0.8%로 미국(59.4%)·독일(31.4%)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이는 인플루엔자(독감) 예방백신 접종률 76%와 비교해서도 매우 낮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성인이 되면 예방 접종이 필요하지 않다는 잘못된 오해와 폐렴 예방 필요성에 대한 낮은 인식 수준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폐렴 고위험군인 당뇨병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나 노인층은 필수적으로 예방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며 “인플루엔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을 동시에 접종하면 인플루엔자의 주요한 2차 합병증인 폐렴 예방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뮌헨=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