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예술 산책] 오르세 미술관서 마주하는 고흐의 눈빛…시간여행이 시작된다
파리에는 오르세 미술관부터 골목의 작은 갤러리까지 수많은 미술관이 있다. 익숙한 인상파 화가의 작품부터, 난해한 현대미술까지 시대와 장르도 다양하다. 파리를 걷다 보면 과거와 미래, 사실과 추상, 입체와 평면이 모자이크처럼 얽혀 하나의 작품이 된 예술 그 자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인상주의 미술의 보고, 오르세 미술관

파리에 있는 오르세 미술관의 내부 조각상. /프랑스관광청 제공
파리에 있는 오르세 미술관의 내부 조각상. /프랑스관광청 제공
1900년대에 ‘오르세 기차역’으로 지어진 역사를 활용한 오르세 미술관(musee-orsay.fr)은 건축물 자체가 매력적이다. 미술에 관심 없는 여행자라도 거대하게 뻗은 순백색 홀과 32m 높이의 눈부신 유리돔을 보면 구석구석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샘솟기 마련이다.

오르세 미술관 입구에서 지도를 챙기고 에스컬레이터를 탄 후 상층(Upper Level)으로 오른다. 고흐, 고갱, 모네, 드가, 르누아르 등 인상파 화가들의 회화 작품이 전시된 곳이다. 고흐의 ‘자화상’ 앞에 많은 관람객의 발길이 머물고 있다. 캔버스를 가득 채운 푸른빛과 불안한 고흐의 눈빛이 우울했던 그의 삶을 말해준다. 중간층(Middle Level)은 로댕의 조각을 비롯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사이의 소조, 공예품, 가구 등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테라스에서 내려다보이는 저층(Ground Foor)의 풍경 또한 훌륭해서 많은 사람이 카메라에 담는다.

저층에는 밀레, 마네, 쿠르베 등의 작품이 있는데 가장 인기가 많은 작품은 밀레의 ‘만종’이다. 그림의 원제는 ‘삼종기도(Angelus)’다. 가톨릭에서 예수의 강생 신비를 기리는 뜻으로 날마다 아침, 정오, 저녁에 바치는 기도를 뜻한다. 밀레는 이 작품에 대해 “할머니가 들에서 일하다가 종이 울리면 일을 멈추고, 죽은 가엾은 이들을 위해 삼종기도를 드리는 것을 생각하면서 그린 그림”이라고 말했다. 주소 1 Rue de la Legion d’Honneur 75007 Paris, 입장료는 성인 9유로, 26세 이하 6.5유로. 월요일 휴관.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사진, 매그넘 갤러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1.2㎞ 떨어진 ‘라바예 거리(Rue de l’Abbaye)’에는 작은 화랑과 예술 전문 서점이 모여 있다. 그 중 매그넘 갤러리(magnumgallery.fr)는 보도사진 작가그룹 매그넘 포토스가 운영하는 곳이다. 1947년 사진작가 카르티에 브레송을 비롯한 네 명의 작가가 창립한 이 단체는 언론사에 소속되지 않고 창의적인 시각이 반영된 사진을 찍는 단체로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매그넘 갤러리는 ‘백 스테이지(Back Stage)’라는 주제로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무대 뒤에서 기도하는 남자, 악기를 조율하는 연주자, 담배를 피우는 여배우 등 무대 뒤 인물들의 다양한 모습과 심리를 포착한 사진들이었다. 뚜렷한 흑백의 대비에 의해 무대 뒤의 기대와 불안이 강하게 느껴져 인상적이었다. 주소 13 Rue de l’Abbaye 75006 Paris. 입장료는 성인 9유로, 26세 이하 6.5유로. 월·일요일 휴관.


자유분방한 예술, 팔레 드 도쿄

현대미술 작품 등을 전시하는 팔레 드 도쿄.
현대미술 작품 등을 전시하는 팔레 드 도쿄.
오르세 미술관이 예술의 과거를 보여주고, 매그넘 갤러리가 현재를 포착한다면, 팔레 드 도쿄(palaisdetokyo.com)는 미래를 제시하는 곳이다. 팔레 드 도쿄라는 이름은 1937년 국제박람회가 파리에서 개최될 때 일본관으로 지어졌던 것에서 유래한다. 하지만 2001년 미술관으로 개관한 후부터는 동시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격식 없이 자유롭게 작품을 전시하고, 전위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시사회나 패션쇼도 열린다. ‘파리 멋쟁이들이 찾는 장소’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곳이다.

전시관에 들어서니, 입구부터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사람들이 소파에서 누운 듯한 자세로 천장의 영상물을 보고 있다. 전시관 내에서는 조지 영상 미술 작품을 비롯한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 중이었다. 바닥에 영사되는 화면 사이로 걷는 사람들을 따라 걸어봤다. 그림자가 영상에 겹쳐 관람객과 작품을 하나로 만들고 있었다.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이 전시의 취지다. 주소 13 Avenue du President Wilson 75116 Paris. 입장료는 성인 10유로, 26세 미만 8유로. 화요일 휴관.

파리 글·사진=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