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간 주가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최근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선 “살 만한 종목을 찾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실적이 괜찮은 종목은 주가가 너무 올라 부담스럽고, 주가가 떨어지는 종목은 좀처럼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株, 싼 맛에 담을 종목이 없다
○상향 평준화된 대형주 PER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눠 구하는 PER은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 규모에 비해 주가가 싼지 아니면 비싼지를 판단하는 지표이다. 통상 주가가 크게 오르면 PER이 상승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PER은 낮아진다. 문제는 최근 대형주의 PER이 주가 흐름에 관계없이 대부분 올랐다는 점이다. 14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 중 23개 종목의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PER이 지난 1월 말 대비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PER은 현재 8.09배다. 1월 말 7.13배였던 것이 3월 말 7.61배, 6월 말 7.8배로 오른 뒤 이달 들어선 8배를 넘어섰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 12.4% 떨어졌다. 언뜻 보면 PER이 낮아져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이익 추정치가 주가 하락 속도보다 더 빠르게 내려가면서 오히려 PER은 높아졌다.

현대중공업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 25만7000원에서 13만8000원으로 반 토막이 났지만 PER은 22.4배에서 59배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 중 PER이 가장 높다. 이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은 연초에 9000억원대로 전망됐다. 업황이 악화되면서 지난 7월에 예상치가 적자로 전환되더니 이달 들어서는 손실 예상 규모가 1조517억원으로 커졌다.

상황은 다르지만 아모레퍼시픽(22.52배→33.6배) SK텔레콤(8.96배→11.91배) SK C&C(12.9배→20.76배) 등도 PER이 크게 높아지면서 최근 고평가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高PER주’ 옥석 가리기 나서야

대형주들의 PER 상승은 국내 증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형주 중 PER 10배 이하 종목을 찾기 어려울 만큼 PER의 상향 평준화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대부분 실적에 비해 주가가 비싸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한국 증시는 이머징 증시 대비 PER이 2~3배 낮다는 게 최대 매력인데 최근엔 격차가 0.5배 수준으로 줄어 자칫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고PER주’ 내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떨어지면서 PER이 올라가는 게 가장 나쁜 조합”이라면서 “이런 종목은 이익 추정치가 바닥을 치고 반등하기 전까지는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가가 오르면서 PER이 높아진 종목은 향후 추정치의 변화를 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이사는 “고PER주들은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 실적이 꾸준히 좋아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면서 “최근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더라도 추정치가 나빠지지 않고 있다면 단기 하락 후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배당 등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오르는 종목은 주주가치 제고에 따른 주가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PER의 상승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송형석/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