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철 자인테크놀로지 대표(오른쪽)가  회사가 개발한 저격수탐지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최승욱 선임기자
신민철 자인테크놀로지 대표(오른쪽)가 회사가 개발한 저격수탐지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최승욱 선임기자
반경 1000m 내에서 아군을 살상하는 적군 저격수의 위치를 즉시 알려주는 첨단무기체계를 국내에서 개발했다. 특전사 장병이나 수색대원, 경호원에게 꼭 필요한 저격수 탐지장비는 그간 미국 프랑스 영국 이스라엘 등 방위산업 선진국에서만 만들었다. 개발 원리를 응용한다면 적군의 포격 위치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총성 1초 내 위치 통보

첨단 계측기기 전문기업인 자인테크놀로지는 저격수가 쏜 탄환에서 발생하는 충격파와 총성을 감지해 디지털 신호와 음성으로 통보해주는 ‘저격수 탐지용 실시간 음원위치 추정 시스템’을 선보였다.

현대전에서 저격수의 역할은 크다. 저격수 한 명이 한 개 중대의 침투를 저지할 정도다. 도시와 산악지역이 많은 국내 전투환경은 북한군 저격수가 아군에 더 많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국산화의 가치가 높다.

아군이 저격수의 공격을 받으면 7개 마이크로폰이 감지한 충격파와 총성의 음파 도달 시간의 차이를 컴퓨터가 계산해 저격수의 방향과 거리를 통보한다. 수십 나노(10억분의 1)초의 극히 짧은 시간을 계산하는 장비다. 예를 들어 “2시 방향, 700m”라고 음성으로 알려주고 2시 방향의 LED(발광다이오드)등을 점등시킨다. 탐지 시간은 총성 신호를 받은 뒤 0.5초 이내이며 탐지 정보 표시는 1초 이내이다.

기존 군 무선망과 연계돼 인근 부대와 상급 부대에도 적군 저격수의 위치를 알려줘 효과적인 제압을 돕는다.

이 장비는 LIG넥스원이 주관한 체계성능시험(재평가 및 추가평가 30발) 결과 표적탐지율과 방향정확도 모두 100%를 기록했다.

거리오차율은 2.2%(평지)~11.7%(산지)에 불과했다. 유효 탐지거리는 1034m다. 저격용 소총의 유효 사거리가 600~700m인 만큼 저격병이 어느 곳에 숨어있든 탄환을 쏘는 순간 위치가 파악되는 셈이다.

○ADD 개발 예산 16억원 지원받아

자인테크놀로지는 상수도 천연가스 원유 등 파이프 안을 흐르는 유체의 유량을 초음파의 전달 시간 차로 측정하는 유랑계를 만드는 계측기기 전문 생산 기업이다.

신민철 대표는 자체 기술로 저격수 탐지장비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 2010년 3월 국방과학연구소(ADD) 민군기술협력센터에 민군겸용기술개발사업으로 제안했다. 같은해 12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3년간 연구개발비 22억5000만원 중 16억8000만원을 ADD에서 지원받았다. 전장에서 발생하는 온갖 소음을 제거하고 탄환 소리만을 감지, 분석하기 위해 첨단 소프트웨어와 디지털신호 처리 기술을 동원했다. 차량에 실어 사용하는 이 장비의 무게는 8㎏이다.

○수입품의 절반 가격

미군이 보유한 차량용 저격수 탐지장비인 부머랭은 2억원이고 프랑스 필라는 1억4000만원가량이다. 자인테크놀로지는 1억원 선에 생산할 수 있다. 신 대표는 “지난해 10월 열린 벤처국방마트에 시제품을 전시했는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업체들이 수입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신 대표의 차기 목표는 개인용 탐지장비 개발이다. 지난 6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지역 재건 임무를 마치고 귀국한 오쉬노부대는 파병 당시 미국제 개인용 저격수 탐지장비를 대당 2만달러에 20대 구입해 갖고 갔다. 신 대표는 “군과 정부의 지원을 받아 개인용 저격수 탐지장비를 개발하고 싶다”며 “이번 장비를 응용한다면 북한군이 해안포를 발사하자마자 정확한 위치 파악이 가능해 ‘제2의 연평도 도발’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