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꽃벼랑 (손택수 19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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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벼랑을 쥐고 꽃이 피네
실은 벼랑이 품을 내어준 거라네
저 위에서 오늘도 누가 밥을 짓고 있나
칭얼대는 어린 것을 업고
옥상 위에 깃발처럼 빨래를 내다 말리고 있나
구겨진 옷 주름을 몇 번 더 구기면서,
착지 못한 나머지 발을 올려놓으려
틈을 노리는 출근버스 창밖
찡그리면서도 꽃은 피네
실은 찡그림마저도 피어나 꽃이라네
시집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창비) 中
살다 보면 갑자기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절벽에 매달렸어도 가족 생각에 돌부리 하나 간신히 움켜쥐고 다시 벽을 오르는 것.
착하게 살았는데 왜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 속에서 진땀을 흘려야 하는지 서글프지만, 이 또한 꽃처럼 아름다운 인생인가 봅니다. 찡그림마저도 꽃이라는 시인의 말은 오늘을 살며 밥을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위로입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실은 벼랑이 품을 내어준 거라네
저 위에서 오늘도 누가 밥을 짓고 있나
칭얼대는 어린 것을 업고
옥상 위에 깃발처럼 빨래를 내다 말리고 있나
구겨진 옷 주름을 몇 번 더 구기면서,
착지 못한 나머지 발을 올려놓으려
틈을 노리는 출근버스 창밖
찡그리면서도 꽃은 피네
실은 찡그림마저도 피어나 꽃이라네
시집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창비) 中
살다 보면 갑자기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절벽에 매달렸어도 가족 생각에 돌부리 하나 간신히 움켜쥐고 다시 벽을 오르는 것.
착하게 살았는데 왜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 속에서 진땀을 흘려야 하는지 서글프지만, 이 또한 꽃처럼 아름다운 인생인가 봅니다. 찡그림마저도 꽃이라는 시인의 말은 오늘을 살며 밥을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위로입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