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를 복지의 수혜자요 대상이 아니라 중요한 소비자로 인식해야 한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관점의 일대 전환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노인을 복지정책의 객체로, 더 솔직히 얘기하면 ‘소중한 한 표’로만 대하고 있는 현실이 대비돼서이다.

연구원이 어제 발표한 ‘한·독·일 실버경제 기반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과 일본 등은 미래성장 전략 차원에서 실버산업을 추진하면서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실버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독일 12.3%, 일본 19.6%나 된다는 것이다. 영국의 경제예측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독일의 경우 2010~2020년 10년 동안 실버경제 추진에 따라 2.1%의 경제성장 제고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610억달러에 달하고 관련 일자리도 150만개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 분위기는 아직 실버를 산업으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령화는 기회가 아닌 부담일 뿐이요, 산업면이 아니라 복지적 측면에서만 보는 경향이 만연해 있다. 공약 파기 논쟁으로 번졌던 기초연금 논쟁만 하더라도 ‘한 달에 20만원 공약’을 지켜라, 안 된다 하며 지루한 정쟁이 이어졌다. 또 미래세대와의 갈등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2013년엔 생산가능인구 6명이 고령자 한 명을 부양하는데, 2018년엔 5명이, 2050년엔 1.4명이 부양해야 한다는 노인부양비 통계는 이런 세대갈등을 예고할 뿐인 지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비전’에는 실버산업과 관련해서는 고령친화사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뿐이다. 그것도 수년 전부터 추진해온 기존 정책의 재탕이다.

고령자들이 안정적인 소득기반을 갖고 활발한 소비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큰 일을 할 필요는 없다. 실버산업 비전을 가다듬고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사인만 보내도 시장은 움직일 것이다. 실버산업 GDP 비중이 아직 5.4%인 만큼 성장잠재력도 크다. 실버세대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