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내홍이 커지고 있다. 최근 박 위원장의 ‘안경환(서울대 명예교수)·이상돈(중앙대 명예교수)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카드가 당내 반발로 무산된 데 이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까지 내놓으라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원내대표 사퇴는 물론이고 탈당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국을 예고했다.

유승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14일 당내 강경파 모임이 끝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박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자리였다”며 “참석자 전원이 같은 뜻”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어 “(박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공동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모임에는 유 의원 외에 노영민 오영식 최규성 최재성 우원식 이목희 홍영표 김용익 김현 도종환 은수미 이원욱 전해철 최민희 의원 등 계파를 떠나 다양한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날 3선 의원 모임, 고 김근태 전 의원 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초·재선 위주로 구성된 ‘더 좋은 미래’ 등 그룹별 회동을 잇따라 열고 박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이들 모임에서는 대부분 박 원내대표가 스스로 퇴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이날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거취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위원장은 전날 밤 일부 핵심 의원들과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며 비대위원장뿐 아니라 원내대표직까지 내놓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래도 반대, 저래도 반대하는 상황에서 내가 이대로 할 수 있겠는가. 헤쳐나갈 수 없다”며 “내가 책임지고 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선 탈당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위원장 측의 한 관계자는 “안·이 비대위원장 영입이 당내 반발로 무산되자 정권교체 희망은 물거품이 되고 2016년 총선 전망도 어둡다는 판단을 내려 자신의 거취를 결심한 것 같다”고 했다. 박 위원장이 실제 탈당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보다 당내 반발을 무마하고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한 카드로 삼는다는 시각도 있다.

박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내홍이 심화되면서 당의 재건과 혁신을 위해 ‘혁신형 비대위’로 출범한 ‘박영선 호’가 한 달여 만에 좌초할 공산이 커졌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당 리더십이 ‘진공 상태’가 된다는 점에서 당내 중진을 비롯한 박 위원장의 주변 인사들이 적극 만류하고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