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후 허리 통증 우습게 봤다간 허리디스크로 이어져
추석이 지나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긴 연휴기간 탓에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른 아침 회사에 출근해 졸음에 시달리거나, 명절음식을 과식하여 소화불량을 겪는 경우 등이다. 또한 허리나 어깨, 손목 등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명절증후군’ 현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허리는 남녀 모두에게서 통증이 나타나기 쉬운 부위다. 김태엽 세바른병원 강서점 원장은 “명절 연휴에는 장거리 운전이나 벌초 등의 야외노동이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연휴 기간 동안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워터파크나 계곡 등에서 물놀이를 즐기다가 부상을 당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허리를 삐끗하거나, 갑작스럽게 허리에 충격을 받은 뒤 전에 없던 허리 통증이 계속된다면 급성 허리디스크를 의심해 볼만 하다.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척추뼈 사이의 추간판(디스크)이 밀려나와 신경을 누르는 것이다. 허리디스크의 주된 발병 연령은 40대 이상이지만, 이 같은 급성 허리디스크는 연령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허리디스크가 의심될 때 해보면 좋은 자가진단법도 있다. 허리디스크가 발병했을 경우 허리뿐만 아니라 다리까지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천장을 보고 반듯이 누운 상태에서 아픈 쪽 다리를 올렸을 때 다리 뒤쪽에 통증이 있어 들어올리기가 쉽지 않다면 허리디스크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허리를 앞으로 굽힐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것 역시 허리디스크의 증상 중 하나다.

다행히 허리디스크는 초기에 발견하기만 하면 치료가 어렵지 않다. 우선 물리치료나 약물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상태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고, 증상에 크게 변화가 없다 하더라도 수술이 아닌 비수술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김 원장은 “최근에는 처음부터 완치를 위해 섣불리 수술을 하기보다, 비수술로 통증을 줄여나가면서 환자가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유지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추세”라고 말했다.

경막외 내시경레이저시술, 고주파 수핵감압술 등이 대표적인 비수술 치료법이다. 이들 시술의 공통점은 피부 절개 없이, 짧은 시간 내에 미세한 카테터를 이용하여 진행한다는 점이다. 카테터는 지름 2mm, 길이 40~50cm의 길고 가느다란 관으로 척추 내부에 삽입하여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통증 유발 원인을 제거하는 방식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 경막외 내시경레이저시술은 카테터에 내시경 선을 연결하여 척추 내부를 들여다 보며 치료한다. 이후 레이저로 염증이나 부종, 유착 등을 제거하는 것이다.

고주파 수핵감압술에는 레이저 대신 고주파가 사용된다. 즉, 제자리에서 밀려나와 신경을 누르는 디스크 속에 카테터를 삽입한 뒤, 고주파를 쬐어 디스크의 부피를 줄여주면 눌려있던 신경이 풀리면서 통증이 사라진다. 디스크의 응축은 순간적으로 일어나므로 시술에 필요한 시간도 20분 내외다. 별도의 입원이나 재활기간이 필요하지 않은 것도 비수술 치료의 장점이다. 특히 많은 환자들이 시술 직후부터 통증이 크게 완화되는 것을 느끼는 만큼, 경미한 통증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고 병원을 찾을 것을 전문의들은 조언하고 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