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휴일과 스마트폰
‘손 안의 컴퓨터’라 불리는 스마트폰의 활용도는 실로 엄청나다. 가장 큰 장점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정보를 검색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덕분에 지식을 머리가 아닌 손에 쥐고 다니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양의 지식을 갖게 되면서 자연히 지식의 양이 사람의 성패를 좌우하던 시대는 끝이 났다.

지식의 양이 동일해지는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창의력이 경쟁력의 최우선 덕목으로 자리 잡았다. 창의력만큼은 스마트폰이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구글과 페이스북같이 사소한 아이디어 하나로 디지털시대 선도 기업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사례는 비일비재한 일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기업문화나 근무환경은 하나같이 휴식과 여유, 그리고 자율성을 최대한 배려한다. 회사 자산이 직원들의 창의력이고, 창의력의 원천은 휴식과 여유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창의력이 우리 시대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지만 우리 사회의 인식과 관행은 여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추석에 처음 시행된 대체휴일제 논란도 그런 범주에 속한다는 생각이다. 반쪽 공휴일로 휴일 양극화 부작용도 있고 생산성 저하를 탓하는 지적도 있다. 대체휴일제가 30조원의 생산유발효과를 낸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에는 노동자가 충분한 휴식을 할 때 얻어지는 삶의 질과 생산성의 변화, 특히 여유와 휴식이 가져다주는 보이지 않는 시너지 효과가 배제돼 있다.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은 8년 재임 중 879일을 휴가 등으로 보냈다. 클린턴 전 대통령 역시 긴 휴가를 즐겼고 오바마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국민도 이를 당연시한다. 휴식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동차 왕인 헨리 포드는 일만 알고 휴식을 모르는 사람의 위험성을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에 비유했다. 한국 직장인의 85%가 수면장애, 우울증, 인지능력 저하 등을 초래하는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한다. 휴식이 부족하면 개인은 물론이고 그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더 엄청나다는 것이다.

휴식과 여가의 문화를 당장 서구의 선진국만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불운(?)하게 공휴일이 겹칠 때, 다음날로 이월해 쉬는 것만큼은 복불복 문제로 남겨둘 게 아니라 예측 가능하게 보장해줘야 하지 않을까. 스마트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미 휴식과 여가는 사회적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 돼 있기 때문이다.

전병헌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bhjun777@naver.com >